문 대통령, 노바백스 CEO와 “기술이전 계약 연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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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한 번만 맞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를 예방할 수 있는 ‘원샷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기술 이전 방식으로 생산하는 계약을 맺은 만큼, 향후 개발되는 원샷 백신도 국내에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27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을 찾은 노바백스의 스탠리 어크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노바백스를 독감 백신과 결합시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한 번 접종으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데, 코로나 백신과 한번에 맞을 수 있다면 매우 편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사 CEO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사 CEO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범정부 백신도입TF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변이 바이러스 대비 등을 위한 차세대 백신 개발 노력 중인데, 노바백스의 경우 한번 접종으로 독감과 코로나를 동시에 예방하는 원샷 백신 개발 중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SK서 생산·공급, 내년에도 가능 #노바백스 “코로나·독감 원샷 개발 중”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노바백스로부터 총 2000만명 분의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위탁생산이 아닌 기술이전(license-in) 방식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첫 백신이다.

이 백신은 B형 간염ㆍ자궁경부암 백신 등과 같은 합성항원 방식이다. 다른 코로나19 백신에 비하면 인체에 오래 사용해본 전통 백신이다. 보관이나 유통이 쉽고 다른 백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 3상에서는 96.4%의 예방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발 변이에 86%, 남아공발 변이에 55.4%의 효과를 나타냈다.

백신은 국내서 생산돼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풀리며, 3분기까지는 최대 2000만회 분(1000만명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날 문 대통령과 어크 CEO는 백신 도입 시기를 앞당기거나 추가 물량 계약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기술 이전 계약을 내년 이후로 연장 추진한다는데 합의했다.

방역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노바백스가 향후 코로나19와 독감 원샷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매년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독감 백신을 대규모 접종하는 우리 정부와 장기적인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 벤처기업인 노바백스 입장에선 기술 이전 계약으로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장기적인 공급처를 얻게 된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내년 이후까지 안정적으로 백신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면담에서 백신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허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물량이 언제 들어올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권덕철 TF 팀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바백스와 계약에 의한 공급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받도록 충분히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올해 노바백스와 2000만명(4000만회)분의 백신을 계약했는데 3분기에 절반인 최대 1000만명분이 공급될 예정이라는 점만 밝힌 바 있다. 모더나, 얀센 등과 합쳐 271만회 분량을 상반기 내에 도입하려고 협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허가 심사도 남았다. 노바백스는 임상 3상을 늦게 마친 탓에 아직 세계 어느나라서도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날 면담에선 내년에도 백신을 생산해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 연장을 적극 추진하자는 데 합의했다. 당초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는 백신 원액 생산을 올해 말까지, 제품을 포장할 수 있는 완제 충전은 내년까지 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원액 생산에 대한 계약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계약 연장에 따라 내년에도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 공급하게 된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연장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기일 TF 실무지원단장은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또 정부 간 논의를 거쳐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추가적인 부대조건이나 가격 인상 같은 경우는 없었다”면서도 “긴밀하게 협의하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본사가 발주한 물량만 만들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위탁생산)와 달리 노바백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생산에 기술이전 생산계약까지 맺었다. 판권을 사온 것이라 국내 공급 물량에 한해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필요한 노바백스 백신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

권덕철 장관은 “이번에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급, 기술 이전을 통한 공급 생산은 상당히 우리나라에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한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한국이 백신 생산국가로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ㆍ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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