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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얀센과 다른 노바벡스…'백신 거지' 구원투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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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위해 대기하면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위해 대기하면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방한한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와 접견하면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보다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기업인 노바백스의 에르크 CEO는 26~27일 이틀 일정으로 방한해 첫날인 26일엔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개발생산(CDMO)하는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 안동공장을 시찰하고 원·부자재 수급, 백신 허가 진행 상황 등을 협의했다. 이날 오후에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 사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했다. 앞서 지난 2월 노바백스는 SK바이오와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회분)을 국내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생산·허가·판매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생산·허가·판매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조합 백신…아스트라·얀센과 달라

현재 정부가 국내 도입했거나 도입을 결정한 코로나19 백신은 5개다. 모두 인체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지만, 인체에 주입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방식이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등) 주형에 넣고 인체에 주입한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이용해 항원 유전자를 유전물질(RNA) 형태로 주입한다(mRNA·메신저리보핵산).

이에 비해 노바백스 백신은 재조합 백신으로 분류한다. 백신 제조사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직접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 인체에 주입한다는 점이 다르다. B형간염·자궁경부암 백신 등 전통적으로 백신을 만들 때 사용하던 방식이다. 안정성이 높고 상온(2∼8℃) 보관·유통이 가능하며 유통기한(2~3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상시험서 예방 효율 96.4%  

노바백스는 지난달 영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18~84세 지원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시험했더니 노바백스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10명)은 위약을 투여 받고 감염된 환자(96명)보다 적었다. 사망 등 중증 증상 환자(5명)는 전원 위약 투여자였다. 코로나19 예방 효율은 96.4%로 나타났다.

이는 화이자(95%)·모더나(94%) 등 mRNA 백신과 비슷한 수준이다. 얀센(66%)·AZ(62%) 등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고령층에 대한 효능도 어느 정도 증명했다. 영국 임상 3상에 참가한 사람 중 27%는 65세 이상이었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었다. 같은 임상을 통해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86.3%의 예방 효율을 확인했다. 두 종류의 바이러스를 종합하면 예방 효율은 89.7%다.

이와 별개로 노바백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한 임상 2b상 결과도 발표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2665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한 결과 노바백스 백신의 예방 효율은 55.4%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코로나19 백신 효능 임상 기준은 50%다.

노바백스 백신 개요. 그래픽 김영옥 기자

노바백스 백신 개요. 그래픽 김영옥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준비 완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 175만 회분의 백신이 반입됐고, 상반기 중으로 525만 회분이 추가로 들어온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선진국 대비 낮다. 27일 0시 기준 국내 1차 백신 접종자(240만9975명)는 전체 인구의 4.7%에 그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12만6504명이다.

여기에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겹쳤다. AZ 백신은 희귀 혈전증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부 연령대 접종을 제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7일 주요 정맥·동맥 혈전증 경험자는 AZ 백신 투여를 금지하고, 뇌정맥동맥·내장정맥 혈전증 병력이 있는 경우 신중한 투여를 권고했다. 얀센 백신도 비슷한 문제에 휘말렸다.

이런 상황에서 노바백스 백신은 국내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백신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국내 기업인 SK바이오가 노바백스 백신 국내 생산·허가·판매 독점권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기술 이전도 받았다.

SK바이오 측은 “노바백스 백신의 생산 준비를 끝내고 스탠바이(stand-by·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정 기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한 백신 생산 요건을 충족하면서, 노바백스 백신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저조한 국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백신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사진 노바백스]

노바백스 백신은 저조한 국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백신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사진 노바백스]

관건은 정부 허가 “현재 사전상담 중”

관건은 정부의 품목 허가다. SK바이오 측은 “품목 허가를 미리 예단해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국내 백신 허가만 이뤄진다면 곧바로 공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기 때문에, 정부 허가 일정에 발맞춰 차질없이 백신 생산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편 노바백스는 이르면 다음 달 미국과 영국에 코로나19 백신 사용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임시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노바백스 백신이 허가 사전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는 노바백스 백신 허가가 나는대로 4000만 회분을 질병관리청에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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