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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오스카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되는 것은 아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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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품에 안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스카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냥 살던대로, 남한폐 민폐 끼치는 것은 싫으니까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받은 윤여정. EPA=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받은 윤여정. EPA=연합뉴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시상식 직후 LA총영사관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이날이 최고의 순간이냐'는 질문을 받고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다"며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최고가 되려하기 보다는 최중으로 다들 동등하게 살면 안 될까"라고 답했다.

'향후 미국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영어를 못해서 미국에서 다시 영화를 찍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이날 할리우드 배우이자 영화 '미나리'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와의 일화도 공개했다. '시상자로 나선 브래드 피트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느냐'는 질문에 "브래드 피트가 우리 영화 제작자"라며 "'다음 영화에는 돈을 조금 더 쓰라'고 했더니, 많이 아니고 '조금' 더 쓰겠다며 잘 빠져나가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브래드 피트에게 한국에 한번 오라고도 했다"며 "나뿐 아니라 한국에 당신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더니 '한국에 꼭 가겠다. 약속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날 윤여정은 "상을 타서 보답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응원을 해주시니까 나중에는 '못 받으면 어쩌나' 싶어 눈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었다"며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고 그간의 심정을 전했다.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준비된 와인을 한잔 마신 뒤 상기된 얼굴로 "어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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