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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 4%인데…정부 "차근차근 진행, 사과할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과드릴 사항은 아니다.”

이기일 범정부 백신 도입 TF 실무지원단장은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담화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나선 탓에 상반기 백신 부족이 해소되지 않았고,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기일 단장은 그러면서 “당초 1월 28일에 백신 접종 도입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때 상반기에 1200만 명 그리고 11월까지 인구 70%인 3600만명에 대해 차질 없이 접종하겠다고 말했고, 오늘까지 차근차근 계획대로 잘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1월 28일 보고한 대로 1809회분 (확보), 1200만명 접종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사과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백신 접종이 좀 더 빨랐다면 고위험군의 사망 등을 더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에도 계획대로 잘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기일 단장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인과 관계에 있는 피해 발생 시에는 국가보상제도에 따라 확실하게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접종 상황, 백신 안전성 등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접종 상황, 백신 안전성 등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에 앞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4월 25일 기준 정부가 제약사와 계약한 백신 도입 예정물량이 지연된 사례는 한건도 없다”며 “일각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백신 가뭄 등을 지적하며 국민께 과도한 불안감을 초래하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는 연일 백신 수급 관련 문제없음을 자신하면서 “백신 물량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해소됐다. 수급 관련된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25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5월부터 2000만명분이 들어올 거라던 모더나 백신은 도입이 늦어져 상반기 내에 얀센, 노바백스 등과 합쳐 271만회분만이 들어오게 됐다. 이마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세계적 상황과 맞물려 수급 우려가 커진다는 데 정부도 인식을 같이하면서 이달 1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정부 백신 도입 TF를 가동해 총동원령을 내렸음에도 비판에 대해선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몰아가는 식이다. 지난 2월 26일 접종 시작한 우리나라는 두 달쯤 지난 현재 1차 접종률이 4.37%에 불과하다. 2000만명분의 백신 추가 확보 소식에도 “그래서 언제 도입되고, 언제 맞을 수 있는 것이냐”는 불신이 퍼져 있는데다 백신 부작용 소식에 따른 불안감도 여전한데 정부는 그저 괜찮다는 말뿐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추가 확보로 숨통을 튼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안심할 건 아니며 백신 조기 확보 실책과 현재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해야 국민 신뢰가 쌓인다고 지적한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접종 상황, 백신 안전성 등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접종 상황, 백신 안전성 등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그간 기다릴 만큼 기다렸는데 예정대로 백신이 안 들어오고 접종 부작용은 부작용대로 생겨 불안과 불신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국민에 ‘마스크 써달라, 백신 안전하니 맞아달라’고만 하는데 전형적인 불통이다.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자는 것도 적반하장격”이라고 비판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추가 계약은 어떻게 보면 여론에 밀려 급하게 움직인 부분이 있다”며 “이런 게 잘못됐다기보다 정부 입장에서 확보 및 수급 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22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2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는 “결국 계약이 아니라 수급이 문제로, 현재 목표 대비 실제 도입된 물량이 계획에 미치지 못해 우려하는 것인데 이번에도 2000만명분 확보에 관해 얘기만 했지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는 오리무중이다. 주사기 이물질 문제에서도 보듯 구체적인 근거를 보여주지 않고 ‘아무 문제 없다’ 식의 메시지는 도움되지 않는다. 신뢰를 주기 위해 근거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그동안 잘못된 정책에 대한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화이자 백신 2000만회를 추가 계약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다. 자랑할 일이 아니다. 작년부터 전문가들이 백신을 확보해야한다고 줄기차게 이야기할때 나섰다면 이렇게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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