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대출받아 전철역 예정지 투기 혐의 포천 공무원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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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원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포천시청 간부 공무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의정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40억원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포천시청 간부 공무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의정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전철역 예정지 인근 부동산을 산 혐의로 구속된 경기 포천시청 간부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한 이후 첫 기소다.

의정부지검 형사6부(김성동 부장검사)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포천시청 과장 박모(52)씨를 지난 23일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구속기소는 특수본 첫 사례  

박씨는 지난해 9월 업무상 취득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전철역 예정지 인근 땅 7필지 2600㎡를 배우자인 포천시청 팀장 A씨와 공동명의로 사들인 혐의다. 이들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마련한 40억원을 들여 이 땅을 샀다. 현재 시세는 약 1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박씨는 앞서 2018∼2019년 포천시 철도 노선 계획안 수립·발표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포천시청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포천시 공무원의 근무지인 시청과 거주지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경기도 포천시청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포천시 공무원의 근무지인 시청과 거주지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씨는 “땅을 살 당시 신설 역사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고 당시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신설 역사의 개략적인 위치는 이미 공개된 상태였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사전에 신설역사 위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재분석으로 철도 노선 선정 관련 회의자료를 확보, 박씨가 직접 외부 전문가들을 상대로 철도 노선과 신설 역사 위치 등을 설명하는 등 사전에 신설역사 위치정보를 알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구매 시기가 2019년 11월경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후 역사 위치가 사실상 확정된 후인 사실 도 확인했다”며 “포천시가 철도 노선, 신설역사 위치 등에 관한 시민들의 정보공개청구를 네 차례 거부하는 등 비밀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씨 “개략적인 위치 이미 공개된 상태”

앞서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대는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벌여 박씨를 구속하고 부인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 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포천시청 공무원 2명을 함께 입건하고 박씨와 A씨에게 이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은 A씨를 기소유예하고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박씨가 시키는 대로 한 것으로 조사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씨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판결이 확정되면 이 땅은 공매 처분돼 근저당 설정된 34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국고로 귀속한다고 밝혔다. 박씨 부부가 산 땅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몰수보전 조처된 상태로 판결 확정 전까지 이 땅을 처분할 수 없다.

전익진·위문희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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