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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明(명)-바름·진실·진리 대표하는 긍정적 의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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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31면

한자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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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은 ‘밝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에서는 명(明)을 ‘빛이 난다’는 의미의 경(囧)과 ‘달’을 나타내는 월(月)이 합쳐진 글자로 봤다. 경(囧)이 무엇을 본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허신은 경(囧)을 ‘창문이 밝게 비치는 것(窻牖麗廔闓明)’이라고 했다. 그래서 명(明)을 ‘창문에 비친 달의 밝음’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한자 자형인 갑골문에서는 경(囧)과 월(月)이 합쳐진 ‘朙’도 많이 보이지만, 지금처럼 해를 나타내는 일(日)과 달을 나타내는 월(月)이 합쳐진 ‘明’도 자주 나타난다. 이 두 자형은 모두 ‘빛의 밝음’을 나타내지만, 사실상 하나는 빛이 비쳐 밝은 것을 나타내고 다른 하나는 그 자체가 빛을 밝히는 것을 나타낸다.

명(明)이 들어간 한자어들을 살펴보면, 명(明)은 빛을 받는 쪽보다는 밝히는 쪽이었던 것 같다. ‘조명(照明)’이나 ‘광명(光明)’은 물론, 금성을 나타내는 ‘명성(明星)’과 ‘명월(明月)’ 같은 단어들도 그 자체가 밝게 빛나는 의미를 가진다. 금성이나 달은 빛을 스스로 내진 못하지만 여기에서 명(明)은 ‘밝게 빛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명(明)은 시각적인 ‘밝음’을 의미하는 글자였지만, 마치 밝은 빛을 비춘 것과 같이, ‘드러내다’ ‘훤하다’ 등 추상적인 의미로도 확장됐다. 내용이나 사실을 밝히는 ‘설명(說明)’ ‘규명(糾明)’ ‘사리에 밝다’는 뜻인 ‘현명(賢明)’ 등은 ‘말’에, ‘사실’에, ‘이치’에, 환한 등을 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밝은 빛 아래에서 보이듯, ‘뚜렷함’을 나타내는 ‘명료(明瞭)’ ‘선명(鮮明)’ ‘분명(分明)’ ‘명확(明確)’ 등의 한자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밝은 빛 아래에서는 실체가 더욱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장자(莊子)는 ‘막약이명(莫若以明)’이라는 말을 통해 그저 빛을 밝게 비추는 것 자체가 실상을 드러내는 데 가장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명(明)은 동아시아에서 바름과 진실, 그리고 진리를 대표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한국어의 ‘밝다’는 단어는 ‘불’에서 나온 말이다. 빛을 나타내는 한자 광(光) 역시 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 모양에서 유래했다. 불이 있는 곳은 빛이 생기고, 빛은 대상과 공간을 환히 밝힌다. 다가올 나날(來日)도 빛이 가득히 비추는 밝은 날(明日)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지영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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