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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에 ‘꽃’에 꽂혔다…“온라인 꽃 판매 63% 증가”

중앙일보

입력

한 화훼농가에서 온라인 판매용 장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마켓컬리

한 화훼농가에서 온라인 판매용 장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에 사는 노지민(36)씨는 일주일에 한 번 퇴근길에 꽃을 사 거실 꽃병에 꽂아 둔다. 주로 지하철 역사에 있는 소매점에서 사는데 거창한 포장이 필요 없어 2만5000원 정도면 3~4단의 꽤 풍성한 꽃을 살 수 있다. 노 씨는 “최근엔 봄철 야외에 피어있을 법한 들꽃 종류를 사 왔다”며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감정이 든다. 작지만 큰 행복”이라고 했다.

‘나를 위한’ 꽃 소비 

가격 정찰제로 꽃을 파는 '스노우폭스 플라워' 서울 신촌점의 모습. 사진 스노우폭스 플라워

가격 정찰제로 꽃을 파는 '스노우폭스 플라워' 서울 신촌점의 모습. 사진 스노우폭스 플라워

생활 속에서 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경조사 등 특별한 때 꽃다발이나 화환으로 주고받았다면, 최근엔 나를 위한 소소하고 일상적인 꽃 문화가 자리 잡는 추세다.
화훼산업은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결혼식·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비대면 꽃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마치 커피처럼 개인 취향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꽃을 사는 등 소비 행태에 변화도 감지된다.

온라인 꽃판매 63% 증가 

23일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3월1일부터 4월20일까지 꽃 판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당초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해 2월26일부터 ‘농부의 꽃’이란 이름으로 꽃을 판매했는데, 1년여 동안 115만 송이가 팔리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총 80여 종류의 꽃이 판매됐는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건 노란색 프리지아”라며 “월평균 10% 이상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부의 꽃' 상품 모습. 사진 마켓컬리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부의 꽃' 상품 모습. 사진 마켓컬리

실제 직장인 정현숙(46)씨는 “요즘은 배송 기술이 발달해 온라인으로 꽃을 주문해도 싱싱한 상태로 온다”며 “2주에 한 번씩 무작위로 꽃을 배송해주는 꽃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엔 어떤 꽃을 받을지 설렌다”고 만족해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위클리플라워’ 등 꽃 구독 관련어로 올라온 게시물만 5만 개에 달한다.

셔츠·원피스·모자에 ‘들꽃’ 수놓기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유니클로와 협업한 2021년 봄/여름 컬렉션. 자수로 표현한 꽃 장식이 특징이다.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유니클로와 협업한 2021년 봄/여름 컬렉션. 자수로 표현한 꽃 장식이 특징이다.

패션업계의 키워드도 꽃이다. 꽃무늬는 봄·여름 패션의 단골 소재였지만 올해는 강렬한 색상의 화려한 꽃보다 연한 보라·노랑·분홍·연두 빛의 부드러운 색상에 잔잔하고 소박한 꽃들이 인기다. 야생화나 이름 모를 들꽃을 연상케 한다.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유니클로와 협업한 가방과 모자(왼쪽)와 꽃 문양을 직접 프랑스 자수로 시현하는 모습. 이소아 기자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유니클로와 협업한 가방과 모자(왼쪽)와 꽃 문양을 직접 프랑스 자수로 시현하는 모습. 이소아 기자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도 지난해 런던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원에 핀 꽃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유니클로와 협업한 옷들에 담아냈다. 특히 앙증맞은 꽃들을 한땀 한땀 정감 있는 자수로 표현해 누군가 옷 위에 직접 손으로 수를 놓은 듯한 느낌을 표현했다. 앤더슨은 “올봄은 우리가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만 언젠가는 다시 바깥으로 나가 즐길 수 있는 봄이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포레스트 프린트 원피스(왼쪽)와 플라워 프린트 블라우스(오른쪽). 사진 SI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포레스트 프린트 원피스(왼쪽)와 플라워 프린트 블라우스(오른쪽). 사진 SI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주제는 정원과 숲이다. 꽃과 나무 등 식물을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는데 이런 블라우스나 원피스의 판매율이 60~70%를 기록 중이다.
회사의 김주현 여성복 마케팅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아름답고 여유로운 자연을 그리워하는 ‘코티지 코어(Cottage Core)’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자연이나 시골에서의 삶을 새롭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꼭 패션이 아니더라도, 그림이나 자수 등 취미 생활을 통해 꽃을 즐길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릴리스 가든 프랑스 자수 스튜디오’ 채널을 운영 중인 유시내 강사는 “프랑스 자수는 잎과 대, 가운데 술 등 꽃을 표현했을 때 특히 예쁘다”며 “코로나 이후 실로 그린 꽃을 통해 스스로 위안과 치유를 받는 시간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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