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감초, 생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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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이 요즘 같이 추울 때 먹으면 좋은 세 가지 이유는?

첫째, 달여 먹으면 땀이 나고 감기가 낫는다(정약용의 다산방). 한방에선 생강을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하며 가래를 삭히는 약재로 친다. 외부에서 침입한 사기(나쁜 기운)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경희대 한방병원 내과 정승기 교수). 그래서 감기 기운이 있으면 생강을 얇게 저며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뜨거운 물에 띄워 내는 생강차를 권한다. 생강즙과 양파를 함께 끓여 먹거나 끓는 물에 생강즙.대추.설탕.술(따뜻하게 데운) 등을 넣어 마시는 것도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민간에선 생강을 썰어 설탕에 조렸다가 섭씨 80~90도에서 말린 편강을 기침.가래약으로 흔히 쓴다.

둘째,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풀어준다. 생강 한쪽을 불린 찹쌀 한 컵과 함께 푹 끓인 뒤 체로 걸러낸 미음은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런 보온 효과는 진저롤.진저론 등 생강의 매운맛 성분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 덕이다.

셋째, 장거리 여행길의 괴로운 멀미에서 해방된다. 효과는 약국에서 파는 멀미약 못지않다. 게다가 생강은 뇌가 아닌 장에 작용하므로 일부 멀미약처럼 졸음을 부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래 배를 타는 사람들이 절인 생강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산부인과 연구팀은 지난해 임신 중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감이 느껴질 때 생강(하루 1g)과 비타민 B6(하루 75㎎)를 섭취하면 효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임신부.태아에겐 이렇다할 부작용이 없었다.

생강은 영양 면에선 그리 신통하지 않지만 음식의 감칠맛을 살리는 향신료로 오래전부터(한국은 고려시대부터) 사용돼 왔다.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나고 소화가 잘 된다. 동의보감에선 건강(생강 말린 것)이 소화제로 소개돼 있다. 생선회.장어를 먹을 때 생강을 곁들이는 것은 이래서다. 생강의 매운맛 성분은 소화 효소의 활성을 높여 위액이 잘 돌게 한다.

병원균을 죽이는 살균효과도 뛰어나다. 그래서 생선회.초밥에 흔히 곁들여진다. 매운맛 성분이 콜레라.살모넬라균 등 각종 식중독균을 죽이기 때문이다(세종대 식품공학과 김우정 교수).

한방에선 감초 수준의 약재다. 한방 처방의 절반 이상에 생강이 들어간다.

생강이 한약재로 유용한 것은 다른 약재를 잘 흩어지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다. 각종 한방재에 생강을 소량 넣으면 약의 전달효과가 빨라진다. 또 해독 효과가 커 한약에 든 여러 생약 성분의 독성을 완화.조절해준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 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에서도 생강은 활용도가 높다.

좋은 생강은 향미가 강하면서 매운맛이 적당한 것이다.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굴곡이 적고, 껍질이 얇은 것이 양질이다. 반면 색이 어둡고, 가늘고 어린 뿌리가 나 있는 것은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섭취 시 주의할 점은 이렇다. 혈관 확장 작용이 있으므로 치질이나 위.십이지장궤양 등 출혈 가능성이 있는 병이 있다면 섭취를 삼간다. 생강차를 마신 뒤 찬바람을 쐬고 다니면 냉기가 더 쉽게 들어와 감기가 도리어 악화할 수 있다. 새끼를 밴 쥐에 생강을 다량 먹였더니 유산 위험이 커졌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는 만큼(사람에선 확인되지 않았다) 임신부가 하루 한 잔 이상 생강차를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본초강목'엔 생강을 장기간 다량 섭취하면 열이 쌓여 눈병을 앓게 된다고 기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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