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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 앞두고 측근들 기습 체포…“나발니 죽음에 가까운 수준”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경찰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루 앞두고 그의 측근들을 긴급 체포했다.

대규모 시위 하루 전 나발니 지역 사무소 급습 #美국무부 "나발니에게 일어난 모든 일, 러시아에 책임 물을 것"

최근 나발니의 건강 상태 악화로 ‘수일 내로 사망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며 미국‧유럽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여전히 나발니에 대한 독립적인 의료 조치를 거부하는 등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나발니는 올해 1월 러시아로 돌아오자마자 체포된 후 지난 2014년 사기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3년 6개월의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됐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나발니는 올해 1월 러시아로 돌아오자마자 체포된 후 지난 2014년 사기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3년 6개월의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됐다.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나발니 지지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 경찰이 나발니의 측근들을 구금하고, 그의 지역 사무소 두 곳을 급습했다”며 “이는 대규모 시위를 하루 앞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재단(FBK) 소장 이반 즈다노프는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1일 오후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의 나발니 석방 시위를 예고했었다.

이번 시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례 대(對)의회 연설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에 러시아 경찰이 시위 전 주동자에 대한 체포 작전을 벌인 것이다. 러시아 경찰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집회를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17일 독일에서 귀국 직후 공항에서 체포돼 구금됐고, 푸틴 정권에 저항하는 거리 시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17일 독일에서 귀국 직후 공항에서 체포돼 구금됐고, 푸틴 정권에 저항하는 거리 시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건강 상태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정당국은 지난 19일 나발니를 재소자 병원으로 이송하며 “현재 나발니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매일 내과 전문의가 그를 진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일 나발니를 접견한 나발니의 변호인 바딤 코브제브와 올가 미하일로바는 “나빌니는 현재 최고 보안 감옥의 1인실에 수감돼 있으며 포도당 이상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이 정맥을 찾지 못해 팔은 온통 멍투성이였고, 감방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해골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수감 후 다리 마비 증상 등을 이유로 자신이 초청한 의사에게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31일부터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수감 중인 알렉세이 나발니. [나발니 인스타그램/로이터=연합뉴스]

수감 중인 알렉세이 나발니. [나발니 인스타그램/로이터=연합뉴스]

나발니의 가족이 넘겨받은 병원 검사 기록에 따르면 혈중 칼륨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그의 측근들은 “며칠 내로 사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사노조 연합의 아나스타샤 바실리예바는 “심장 박동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나발니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나발니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러시아와 그 정부에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나발니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나발니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러시아와 그 정부에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간 의료진이 나발니를 진료할 수 있게 즉각 허용할 것을 러시아 당국에 촉구하며 “나발니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러시아와 그 정부에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발니 문제를 비롯해 솔라윈즈 사이버 공격과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초기부터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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