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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의료비 지원 등 아직 ´걸음마´ 수준

중앙일보

입력

팬택계열은 근로자와 그 배우자의 부모에게 무료 종합검진을 해주고 연간 3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한다. 한국도자기는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직원의 부모를 초청해 공장 견학과 수안보 온천 관광을 시켜 준다. 이런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노부모 문제는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해서는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기업이 꽤 있지만, 노부모 부양 문제로 고민하는 근로자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

고령 근로자 자신도 직장에서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부모 부양에 관해서든 자신의 노후 문제에 관해서든 '노(老)테크'는 근로자 각자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부양 문제로 부담을 느끼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양로시설 등 사회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

2000년 여성개발원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당장' 혹은 '앞으로 5년 이내'에 탁로(託老)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간병인 알선과 비용 지원이 당장 필요하다는 응답은 22.4%, 앞으로 5년 이내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45.6%에 달했다. 사회변화에 따라 근로자의 요구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기업 중 노부모의 요양이나 탁로 등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부모를 포함한 부양 가족의 의료비와 건강검진비용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지만, 간병인을 알선해 준다든가 상담 지원을 해준다든가 하는 세심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근로자의 노후도 기업이 배려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부담으로 돌리거나 근로자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퇴직연금 제도가 12월 도입됐으나 근로자 대다수가 홍보 부족 등으로 무관심한 실정이다.

강남대 이홍직(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부모 돌보기는 이제 근로자의 생산성에 영향을 끼칠 만큼 중대한 문제가 됐다"며 "기업이 지역사회나 전문기관과 연계해 종업원에게 체계적인 탁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독일.일본 = 이영렬(팀장), 이현상.장정훈.홍주연 기자 (이상 산업부), 신인섭 기자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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