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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유산균·비타민 듬뿍 든 ´종합 영양제´

중앙일보

입력

김장철이다. 일부 수입산에서 납 성분과 기생충 알이 나오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김치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미국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다. 김치는 영양가치와 독특한 맛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김치의 역사와 숙성과정, 영양가 등을 공부한다.

◆ 김치의 역사=김치는 주원료인 절임 배추에 고춧가루.파.마늘.생강.무 등 갖가지 양념과 동물성 재료인 젓갈을 버무린 뒤, 저온에서 발효시켜 만든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김치 담그는 비결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한 조상의 슬기에서 나왔다. 우리 민족은 채소를 즐겨 먹었는데, 겨울에는 나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래서 시래기처럼 말려 보관해야 했지만 신선한 맛이 떨어져 소금에 절이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김치'의 어원도'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의미의 '침채(沈菜)'에서 나왔다. 침채는'딤채'(또는 팀채)로 발음됐는데, 구개음화 현상으로 '짐채'로 변했다가 오늘날의 '김치'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김치가 나타난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래돼 제조 방법이 변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 고구려조에 "고구려인은 술 빚기, 장 담그기, 젓갈 등의 발효음식을 매우 잘 한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봐 이 시기에 이미 저장 발효식품이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치는 중국과 일본에도 있지만 우리 김치가 가장 다양하고 특색이 있어 한국 음식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우리 김치의 특성은 고추가 들어가 매우 맵다는 점이다. 그런데 고추는 17세기 초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므로, 지금처럼 매운 김치는 역사가 깊지 않은 셈이다.

◆ 어떻게 익나=김치를 담그면 처음엔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재료 속에 든 당분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와 김치 포기 속의 공기를 밀어낸다. 이때부터 공기를 싫어하는 유익한 유산균이 번식하며 발효가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김치가 익는 과정이다. 유산균은 김치를 숙성시키고 채소의 부패를 막아준다.

소금은 삼투압 작용으로 채소에서 수분을 밀어내고, 함께 사용한 조미성분을 세포에 침투시켜 빨리 맛을 들게 한다. 또 해로운 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유산균(염기에 강함) 발효가 일어나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채소의 풋내도 없어지고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해 김치가 숙성되는 것이다.

김치 발효는 미생물뿐만 아니라 온도와 소금의 양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높을수록 빨리 익으며, 대개 섭씨 5~10도에서 2~3주 동안 숙성시킨 김치 맛이 가장 좋다. 소금 농도는 겨울 김장용의 경우 2~3%, 봄철 4~5%, 여름엔 5%가 적당하다. 너무 오래 절이거나 소금 농도가 지나치면 유산균 활동이 둔해져 맛이 없고, 채소의 단맛도 사라진다.

김치는 발효가 계속 진행되는 식품이므로 유산균이 가장 많은 숙성기에 영양가도 가장 높고 맛도 좋다. 그러나 일부 미생물은 숙성기가 지나도 계속 산을 만들어 김치조직을 연하게 하며, 맛을 시게 한다. 따라서 오래 보관하려면 온도 관리가 필요한데, 과거엔 항아리를 썼지만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개발돼 편리하다.

◆ 웰빙식품 김치=김치는 열량 공급보다는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따라서 고기나 산성식품을 지나치게 먹어 혈액이 산성화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하다.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은 장에서 다른 유해균의 작용을 억제해 이상발효와 병원균의 증식을 막고, 위장의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신 분비를 촉진한다. 또 배추에는 섬유소가 많아 변비를 예방한다.

부재료인 고춧가루에는 비타민 C, 갓.무청.파 등엔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카로틴이 많다. 각종 젓갈류는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 되며, 채소엔 칼슘.구리.인.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마늘의 아리신 성분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 생리대사를 활성화시키고, 아릴설파이드 성분은 항암효과가 있다. 고추의 캡사이신(매운맛)과 생강의 진저롤 성분도 발암을 억제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김치를 먹을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추의 매운맛은 몸의 열 발생을 증가시켜 다이어트효과를 낸다. 외국에서 김치 인기가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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