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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는 화학흡수체(SAP)가 아니라 천연흡수체(SAC)의 시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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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접어들었다. 거의 모든 활동이 위축되었지만 택배는 크게 증가했다. 음식료품을 택배로 받아보면 거의 모든 포장 바닥에 아이스팩이나 미트패드가 깔려있다. ‘먹지마세요’라고 표시되어 있는 이 안의 물질은 화학흡수체(SAP:Super Absorbent Polymer)이다.

#2 세계인구 70억명의 약 40%인 30억명은 기저귀나 생리대를 사용한다. 그 중 일회용 기저귀와 생리대 사용 인구는 절반을 넘고 있다. 일회용 기저귀와 생리대의 핵심 소재는 택배 포장 바닥에 깔려 있는 것과 같은 화학흡수체다. 최근들어 일부에서는 화학흡수체를 안쓰고 면이나 펄프와 같은 천연재료만을 사용한 생리대를 쓰고 있지만 흡수력이 떨어져 여성들의 고민이 깊다.

이렇게 보면 ‘화학흡수체’는 거의 모든 인류가 쓰고 있다. 문제는 이 물질이 석유화학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으로서 분해되는데만 무려 50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세계SAP시장이 연간 300만톤 규모이니 500년 후에는 15억톤 이상이 세상을 뒤덮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히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할 만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2023년부터 아이스팩 300g에 93.9원의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SAP은 아이스팩에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아이스팩은 한 개당 3~5g, 생리대는 1~2g, 기저귀에는 12~15g 정도 사용된다. 결국은 모두 폐기물부담금 부과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화학흡수체의 진짜 문제는 인체에 발진, 발암, 내분비계 교란 등 심각하게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생리대 파동을 겪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화학흡수체는 환경과 인체의 건강을 모두 해치는 물질이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폐기되어야만 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화학흡수체의 ‘대체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나노셀룰로오스’소재(CNF: Cellulose Nano-Fiber) 벤처기업이 이 문제에 주목해 ‘친환경·식물성 천연 고흡수체’를 개발하고, 발명특허까지 얻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SAP’을 대체하므로 ‘SAC’(Super Absorbent Cellulose)이라 불리는 이 물질은 지금까지 개발되었던 어떤 대체물질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경제적 타당성이 높아 보인다.

CNF소재 연구를 통해 SAC을 개발해 양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100% 식물성으로 생분해성이 뛰어나면서도 SAP에 필적하는 우수한 흡수성과 경쟁력을 갖춘 대체재는 세계최초라는 평가를 받아도 충분하다.

글=㈜아시아나노텍 환경학박사 안동규 대표이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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