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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려”…한밤중 갯벌 고립된 부부 등 잇따라 구조

중앙일보

입력

한밤중에 휴대전화 없이 서해 갯벌에 들어갔다가 고립된 관광객이 인근을 지나던 주민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태안해양경찰관이 갯바위 고립자 구조를 위해 접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태안해양경찰관이 갯바위 고립자 구조를 위해 접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11일 해경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1분 충남 홍성군 어사리선착장 인근에서 조개를 채취하던 부부 중 남편(60대)이 밀물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갯벌에 빠졌다. 당시 그의 부인도 방파제에 고립돼 있었다. 관광 차 서해를 찾았던 이들은 차량에 휴대전화를 두고 온 탓에 큰 목소리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며 구조요청을 했다.

마침 인근에서 산책하던 주민이 외침을 듣고 112에 신고했고, 구조대원이 포복으로 이동하며 헤엄쳐 방파제로부터 약 20m 떨어진 남성을 구조했다. 이어 방파제 위에 있던 부인도 민간구조선에 함께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방파제 아래쪽에 있던 남성은 얼굴을 제외한 신체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었다"며 "신속한 신고와 민·관 협력으로 큰 사고를 막았다"고 전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9시 27분쯤 태안군 곰섬 인근 갯바위에서도 30대 야영객이 밀물에 갇혔다. 태안해경은 연안 구조정을 갯바위 근처에 정박한 뒤 직접 입수해 고립객을 데리고 나왔다. 이보다 앞선 오후 3시 3분쯤 태안군 민어도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하던 60대가 해경에 의해 뭍으로 빠져나왔다.

해경 관계자는 "해루질이나 바다낚시 등 해양 레저활동을 할 때는 밀물과 썰물 시간이 언제인지 물때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며 "구명조끼 착용 등 필수 안전 수칙 준수도 당부한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7부터 2019까지 갯벌에서 조개 등을 채취하거나 야간에 해루질(바닷물이 빠진 시간을 이용해 어패류를 잡는 행위)을 하던 피서객 안전사고가 136건 발생한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도 16건의 사고가 발생, 26명이 구조됐지만 2명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7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인근 갯벌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던 20대 여성이 갯벌에 빠졌다가   출동한 해경에 구조되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지난해 7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인근 갯벌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던 20대 여성이 갯벌에 빠졌다가 출동한 해경에 구조되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안전사고는 대부분 물때를 확인하지 않고 갯벌에 들어갔다가 고립되거나 야간에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기 이동하다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는 시속 7~15㎞로 성인의 걸음보다 2~3배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안전한 곳까지 이동하기 전 고립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서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7~8m로 매우 커 갯벌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확인해야 고립 등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홍성=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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