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주부들에게 찾아오는 불청객-우울증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여성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을 살며 적어도 한 번씩 걸린다는 병, 가을이 되면 40~50대 주부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이 우울증이다. 가을철 이맘때면 주부들이 쉽게 겪게 되는 우울증은 대개 겨울이 오면서 심해지고 봄부터 서서히 회복되다 여름철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상적 생활을 한다.

이는 가을에 시작돼 일조량이 가장 적은 겨울에 절정을 이루며 여름에는 다시 회복하면서 매년 반복되는데 이는 햇빛의 양이 적어지면서 몸 속의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것에서 기인한다.

우울증의 초기 증상은 불안감, 무력감, 피로감, 짜증으로 시작되는데 이 같은 증상들을 숨기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남편이나 가족이 눈치채기 어렵다. 또한 종종 건망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편이나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 주던 아내가 밥상 차리기를 힘겨워하고 ▲집안일을 소홀히 할 뿐더러▲사소한 일에 유난히짜증을 내며 ▲이때를 전후해 불면,두통, 소화 불량, 식욕 감퇴,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힘들어하고, 구토증세를 보여 내과 검사를 해보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주부 스스로도 자원 봉사, 종교 생활, 평생 교육, 재취업 등 활동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다소 미진해 보이더라도 아내의 계획을 폄하하지 말고 주부도 가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격려가 필요하다. 또한 아내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 두려운 마음, 좌절감에 빠져 있으면 같이 공감하고 아파하는 남편이야말로 진정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으로 확진된 경우 약물 치료, 정신 치료, 집단 인지 치료, 광선 치료, 자기 자극 요법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증상을 빨리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도움말=정범석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