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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위기 상황"…금융당국, 소상공인·중기에 돈 더 푼다

중앙일보

입력

금융위원회가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에도 소상공인ㆍ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를 열고 “코로나19발 위기국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만큼 현행 금융지원 기조 유지해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월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현재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 한국만 놓고 봐도 신규 대출과 대출 만기연장 등 은행을 통해 334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도 부위원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한 글로벌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ㆍ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미국ㆍ일본 등도 일부 금융완화 조치는 종료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위기 단계…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지원 강화   

금융당국은 우선 코로나19 금융상황점검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방역ㆍ실물ㆍ금융 등 분야별 대표지표 15개를 활용해 현 상황을 진단한 뒤 금융대응조치 수준을 정하기로 했다. 현 상황이 ‘위기지속 단계→회복단계→정상단계’ 중 어느 상황인지를 진단해 위기지속 단계에서는 충분한 금융지원을 계속하고, 회복단계에 접어들 경우 점진적ㆍ단계적으로 금융대응조치 수준을 낮춰간다.

금융위가 진단한 지난 3월 말 상황은 위기지속 단계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행 금융지원 기조를 유지하되, 가계대출 증가세와 기업 신용등급 하락 등 국지적 리스크 요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강화한다. 대출 만기연장ㆍ이자상환 유예 지원 등이 대표적 수단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오르는 것 등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특별 금융대응반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특별 금융대응반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증안펀드, 매입약정기간 종료…잠재리스크 점검

시장안정 프로그램인 증시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지원 틀을 유지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증안펀드는 이날로 종료된 매입약정기간을 연장하지 않지만, 펀드 자체는 23년 4월까지 존속하기로 했다. 매입약정기간은 증안펀드 출자기관이 캐피탈콜(자금 요청)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하는 기간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주식 시장이 급락하자 10조7600원 규모의 증안 펀드를 조성했지만, 이후 주식시장이 반등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우량채권을 매입하는 채안펀드는 가용재원(1조4000억원)을 유지한다. 정부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채안펀드 가용재원을 비우량채 매입에 주력하는 ‘저신용 회사채ㆍCP 매입기구’(SPV)에 투입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리스크도 면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다. 도 부위원장은 “미국에서 벌어진 아케고스 펀드 사태는 금융시장이 표면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면 아래에 여러 리스크 요인이 산재한 취약한 상황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금융완화 기조와 과잉 유동성 상황 속에 감춰져 있던 잠재 리스크 요인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운영하는 아케고스 펀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량의 차입을 통해 원금의 5배가량인 500억 달러 상당을 투자하다 보유 주식의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JP모건 등에 따르면 아케고스 사태로 인한 금융권 손실은 최대 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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