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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사기 전에 잠깐 !

중앙일보

입력

귀가 어두운 어르신을 모시는 것은 답답하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자연히 말수가 줄어들고 정서적인 단절이 계속된다. 그래서 효도선물로 마련하는 것이 보청기. 하지만 보청기는 돋보기처럼 원리가 간단하지 않다. 개인의 청음 능력과 소리의 주파수, 증폭 정도 등이 제대로 맞아야 들리는 것이다. 9월 9일, 귀의 날을 맞아 노인성 난청과 보청기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노인성 난청은=노인성 난청은 노화와 관련이 있지만 실제는 유전적 인자와 소음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소골과 같이 소리를 전달해 주는 기관이 망가진 전음(傳音)성 난청과 소리를 감지하는 신경이 망가져 나타나는 감각성 난청이 대표적이다. 65~74세 노인의 20%, 75세 이상에서 50%가 난청으로 불편을 느낀다.

노인성 난청의 특징은 저주파음보다 고주파음을 잘 못 듣는다는 것.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는 "일상 회화는 가능하지만 2㎑의 고주파수에서 청음이 안 돼 위급한 경고음을 듣지 못하는 수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자음 구별이 어렵고, 단어 분별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이나 시끄러운 곳에서는 소리의 구별이 더욱 힘들어 이런 자리를 싫어하기도 한다.

◆ 보청기 오.남용=소리이비인후과 전영명 원장은 "최근 홈쇼핑을 통해 보청기를 구입한 사람 대부분이 사용을 하지 못해 반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인의 보청기 이해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보청기가 의료용품이 아닌 의료보조기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혈압계나 당뇨 측정기처럼 전문가의 개입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종류도 수백여 종에 가격도 20만~5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같은 보청기라도 판매점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반 디지털 보청기가 디지털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가 보청기의 품질과 성능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 청각장애 원인부터=보청기를 착용하기 전 반드시 청력 검사를 먼저 해야 한다. 귀지가 외이도를 막았는지, 중이염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실제 고막에 천공이 있는 만성중이염 환자들은 수술로 청력이 개선된다. 또 고막은 정상이나 이소골 문제로 난청이 된 경우 보청기를 먼저 끼고 다니다 치료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전 원장은 "청신경에 종양이 있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청력 감퇴의 원인을 밝힌 뒤 재활이 가능한지, 아니면 보청기를 사용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떤 보청기가 있나=보청기는 정밀한 의료기기다.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시키는 송화기와 전기 신호를 크게 하는 증폭기, 이를 음향으로 다시 변환시키는 수화기,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조절 장치와 전원으로 이뤄져 있다.

보청기 종류는 일반보청기(주머니형, 귀걸이형, 안경형, 귓속형)와 특수보청기(고도.편측성 난청, 완전 청각장애 등)로 나뉘고, 증폭 방식에 따라 아날로그형과 디지털형, 절충형이 있다.

변 교수는 "보청기의 종류나 가격보다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개인에 맞는 보청기를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보청기의 청력 수치를 잘 검토해 사용자의 난청 상태에 맞게 조절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또 난청의 종류, 편측 또는 양측성인지, 양측성일 경우 대칭.비대칭성 여부도 알아야 한다.

◆ 유지.관리도 중요=샤워나 수영 등으로 보청기가 젖지 않도록 하고, 헤어드라이기 사용 시 고온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또 충격에 약하므로 떨어뜨리거나 부딪치지 않도록 한다. 이물질이 묻었을 때 세제나 알코올 사용은 금물. 부드러운 헝겊이나 화장지로 닦아낸다. 수면 중엔 습기 제거통에 보관한다. 전문 의료기관에 등록하면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 보청기를 처음 착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① 처음에는 조용한 곳에서 시작한다

② 첫 일주일은 하루 1시간만 착용하고, 다음주부터 하루 2~3시간씩 늘린다

③ 집중해서 듣는 요령을 터득한다

④ 대화 시 알아들은 체하지 않는다

⑤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핀다(입술 등)

⑥ 한번에 대화하는 상대를 3~4명으로 줄인다

⑦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보청기 음량을 줄인다

⑧ 전화 사용 시 스위치를 'T'위치에 둔다 자료:소리이비인후과

■ 청력장애를 가진 사람과 대화할 때

.큰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변해 오히려 듣기 어렵다

.말끝을 생략하거나 흐리지 않는다

.핵심 단어에는 강세를 두고 문장 사이에서 쉬어 준다

.밝고 가까운 거리에서 말한다

.입을 가리거나 음식을 씹으며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부적절한 반응이 나타나면 필요한 부분을 반복한다

자료: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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