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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1985조, GDP 첫 추월…반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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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가부채가 ‘가보지 않은 길’ 2000조원에 다가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크게 늘어난 정부 지출을 빚을 내 메운 탓이다.

선진국선 이미 연금개혁, 부담 적어 #국가부채 1년새 241조 최대 폭 증가 #코로나 이후 나랏빚 줄일 대책 절실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엔 우울한 숫자가 가득하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국가회계 기준 변경 이후 가장 큰 액수다. 1년 사이 241조6000억원(13.9%) 늘었는데 역시 최대 폭 증가다.

국가부채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1924조원) 규모도 뛰어넘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부채는 정부가 갚아야 할 빚(국가채무)에 전·현직 공무원·군인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 총액(연금충당부채) 등을 더해 산출한다. 국가가 미래에 지불해야 할 돈까지 당겨 계산한 넓은 의미의 나랏빚이다.

문 정부서 공무원 수 급증, 국가재정 위협할 변수로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478조8000억원을 거둬들였고(총수입) 549조9000억원을 썼다(총지출). 정부 총수입은 2019년 대비 5조7000억원밖에 안 늘었는데 총지출은 64조9000억원 급증했다.

2020회계연도 결산 부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회계연도 결산 부채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코로나19와 맞물려 나랏돈 씀씀이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지난 한 해에만 71조2000억원 적자(통합재정수지 기준)를 봤다. 아직까진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효과를 덜어내면(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원에 이른다. 역시 최대 액수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급증한 것은 국가채무 같은 확정 부채보다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 부채(130조원 증가) 탓이 더 컸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100조5000억원 증가하며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2016년 752조6000억원이었던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4년 만에 300조원 가까이 불었다. 저금리, 늘어나는 공무원 숫자, 고령화로 길어진 연금 수급 기간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금충당부채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군인연금은 법에 따라 적자가 나는 만큼 나랏돈으로 메워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숫자는 더 급격히 늘어났다. 향후 국가재정을 위협할 변수로 커가고 있다.

김선길 기재부 회계결산과장은 “공무원·군인연금 납입에 따른 수입은 고려하지 않아 전액을 부채로만 볼 수도 없다”면서도 “연금으로 인한 재정적 위험이 어느 정도로 커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부채 규모, 증가 속도는 “굉장히 양호한 수준”(이지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일반정부 부채를 기준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42.2%란 이유를 들어서다. OECD 평균은 110%다.

연도별 국가부채와 자산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도별 국가부채와 자산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 평가는 정반대다.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라 복지 비용이 급격히 늘고, 먼 미래의 통일 비용도 재정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금과 같은 재정지출 속도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반드시 재정을 써야 할 때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정부는 2025년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부채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너무 늦은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2025년이면 GDP 대비 부채(일반정부 부채 기준) 비율은 6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정부가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도 “정부는 자꾸 연금충당부채를 빼고 국제 비교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매우 양호하다고 하는데, 다른 주요 선진국은 연금 개혁을 해서 한국만큼 연금충당부채 부담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공무원을 새로 뽑을 때 그해에 줄 월급만 따지지 말고 앞으로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연금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파산의 계기가 좋은 시절 방만하게 짜놓은 퇴직연금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가부채만큼은 아니지만 국가 총자산도 늘었다. 지난해 2490조2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90조8000억원(8.3%) 증가했다. 국내·외 증시 활황에 국민연금 투자운용 수익이 122조6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정부가 보유한 토지·건물 가치가 올라간(21조7000억원) 이유도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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