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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 써먹는 중국…호주, 뉴질랜드 사이에도 틈벌리기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놓고 틈 벌리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중국 왕조 시대 때 주변국을 상대로 구사했던 이이제이(以夷制夷·이 나라의 힘을 이용하여 저 나라를 제어함) 전략을 연상케 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P=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P=연합뉴스]

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호주가 미국의 뜻에 따르도록 뉴질랜드를 압박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도했다.

이 기고문에서 중국 랴오청대 유 레이 수석연구원은 “호주언론이 최근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에서 뉴질랜드가 빠진 것을 두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의 대중국 노선을 비판한 첫 번째 기사도 아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는 호주가 자신들을 미국에 이은 남태평양의 패권 세력으로 여겨 뉴질랜드도 자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와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를 두고 세계 14개국이 우려 성명을 냈는데 여기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뉴질랜드가 부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취지다.

이 성명에는 미국의 주도로 결성된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중 뉴질랜드만 합류하지 않았다.

이어 기고문은 뉴질랜드의 독자적 외교 노선을 칭찬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교역에서 오는 실익을 강조했다.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 마후타 장관은 마오리족 출신 의원이자, 얼굴에 문신한 최초의 여성의원이다. 마오리 전통 얼굴 문신인 ‘모코 카우에(moko kauae)’는 신의 능력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AFP=뉴스1]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 마후타 장관은 마오리족 출신 의원이자, 얼굴에 문신한 최초의 여성의원이다. 마오리 전통 얼굴 문신인 ‘모코 카우에(moko kauae)’는 신의 능력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AFP=뉴스1]

유 레이는 “백인이 주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호주와 달리 뉴질랜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뉴질랜드는 엘리트주의가 아닌 실용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를 지켜왔다”고 치켜세웠다.

동시에 중국과 뉴질랜드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화 및 확대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2019년 말 뉴질랜드의 최대 상품시장이자 최대 유학생 공급원, 관광객의 두 번째 공급원이 중국이었다”고 적었다.

실제로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뉴질랜드의 수출입 모두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은 33.5% 늘어 14억7000만 달러(약 1조 6471억원)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총수출의 약 3분의 1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에 그간 미국을 선두로 호주‧영국 등이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설 때도 뉴질랜드는 큰 틀에서 뜻을 같이 하면서도 날선 발언은 자제해왔다. 홍콩의 국가보안법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에도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중국도 지난해 뉴질랜드가 ‘대만의 WHO 가입’에 대한 지지를 표했을 당시 말로 비난하면서도 경제보복은 언급하지 않는 등 양국의 관계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엔 중국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호주가 계속 그런다면(중국을 적대적으로 대한다면) 뉴질랜드에서 수입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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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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