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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은 더딘데..."4차 유행 징후, 인구 20%는 맞아야 유행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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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확진자 수가 줄어들 이유가 없다. 4차 유행의 징후가 보인다.”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봄철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방역지표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31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주요 지표 악화“…정부 ‘대국민 담화’ 예정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543명 발생해 닷새째 500명대를 기록했다. 지역발생 사례가 514명으로, 1주(3.28~4.3)간 지역 일평균 환자는 477.3명이다. 직전 1주(3.21~27)인 421.6명과 비교하면 55.7명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400~500명) 범위에서 증가 추세를 보여 상한선인 500명에 육박했다. 특히 최근 유행은 전국적 확산 양상을 보인다. 경남·충남 등을 중심으로 환자가 속출하면서 비수도권 지역발생 환자 비중은 40%까지 올라 있다.

주요 지표를 보면,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주일 평균 확진자 수는 증가 추세이고, 일일 양성률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양성률이 높아지면 숨겨진 지역사회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도 유지되고 있다”며 “세부 지표들이 악화했기 때문에 전체 지표도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를 나타내는 양성률은 4일 0시 기준 2.73%로, 전날(1.31%)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주말의 영향으로 검사자가 크게 줄었음에도 확진자 수는 평일과 큰 차이가 없는 영향이다. 감염 경로 조사 중인 비율은 점점 늘어 28.3%를 기록 중이다.

정 교수는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대책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위기의식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부적으로 추가된 조치가 있으나, 거시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영업 제한 시간이나 업종 등은 큰 폭으로 완화됐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영업 제한 시간이 없어지고 유흥업소 등의 업종 제한도 풀렸으며 사적 모임 인원제한도 느슨해졌다. 당분간 확진자 수가 줄어들 이유가 없다. 4차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4차 대유행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3일 “모든 일상공간에서 저변을 넓히며 4차 유행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으로 가느냐, 4차 유행이 현실화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 부활절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신자들이 부활절 예배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 부활절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신자들이 부활절 예배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봄철 이동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활절(4일)과 한식(5일), 재보선(7일)까지 앞두고 있어 추가 확산 우려가 크다. 정부는 4일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역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전세계 ‘경고등’…“접종 속도 올려야”

이런 경고음이 나오는 건 전세계적 현상이다. 3차 유행이 본격화한 유럽에선 프랑스, 독일, 터키 등 각지에서 환자가 늘고 있고 백신 접종 이후 신규 환자가 꾸준히 감소하던 미국에서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브라질에선 신규 환자가 연일 7만~8만명대로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다음 물결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광범위한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곳에서 최악의 아웃브레이크(감염병 대유행)은 더 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전 세계 감염은 2월 말 소강상태에서 3월에 47% 증가했다”며 “하루에 약 60만건이 새로 발생하면서 지난해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고 전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역의 시민들.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역의 시민들. EPA=연합뉴스

4차 유행이 오면 더 큰 규모로 닥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베이스라인(시작점) 자체가 400~500명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 2월 봄철 유행을 경고하면서 “유행 사이의 간격은 짧아지고 유행은 더 커진다는 것이 그간 3차례의 유행에서 얻은 정보”라며 “2000명 단위 확진자가 발생할 것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통상 기온이 오르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불리해 방역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정 교수는 “감염병에 있어 기후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나라와 기후가 정반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행이 우리랑 같다. 계절이 어느 정도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어도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관건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4일 국내 인구(5200만명) 대비 접종률은 1.85%에 그친다.

2일 만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이 진행중인 대전 유성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받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기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일 만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이 진행중인 대전 유성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받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기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00만명 맞아야 유행 저지에 도움”

정재훈 교수는 현재 접종률에 대해 “확산 방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유행 저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20% 이상의 접종률이 필요하다”며 “방역이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한 명이 몇 명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1 밑으로 떨어지려면 최소 1000만명 이상은 접종해야 한다는 것인데, 6월 말~7월 말 정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브리핑에서 2분기 1차 접종 대상자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교사들도 포함해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등의 접종 시기도 6월에서 5월로 당긴다. 최대한 1차 접종자를 늘리겠다는 목표지만 백신 수급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2분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은 1539만7000회분(769만8500명분)이다.
정 교수는 “백신 수급을 조금이라도 당기기 위해 처절히 노력해야 한다”라며 “확산 방지에 효과를 내려면 최근 완화한 오후 9시 영업 제한과 비수도권 유흥업소 제한 조치 등을 원상 복귀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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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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