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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증세'에 뿔난 민심…조은희 "100% 오른 집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서초구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수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한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초구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수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한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초구 내 공동주택 12만7000가구의 공시가격 전수조사를 했다. 기준 없이 들쭉날쭉한 현황을 5일 낱낱이 밝히겠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초구는 지난달 19일 제주도와 함께 공동주택 공시가격 검증단을 출범해 구내 공동주택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쳤다. 관련해 5일 조 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서울 국민의 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한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서초구 공동주택 12만7000가구 전수조사

조 구청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올해 서초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3.53%라고 밝혔지만, 실제 전수 조사해보니 지난해 대비 올해 공시가가 100% 오른 공동주택도 있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매길 때 제대로 된 산정 기준 없이 단순히 말해 거래가 많으면 더 오르고, 거래가 없으면 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공시가격은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오른 70.2%로, 사실상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공시가도 급등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시세보다 공시가 상승률이 더 가파른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인정하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01%인데,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시가격 상승률은 19.91%에 달한다.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노원구(34.66%)도 실제 아파트값 상승률은 5.15%밖에 안 된다.

보유세 급등하는데 이유는 불투명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얼마나 오르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얼마나 오르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깜깜이 산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 구청장은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부과와 노인기초연금의 대상을 결정하는 등 63개 행정지표로 활용되는데 뚜렷한 기준을 밝히지 않고 정부가 공시가격을 이렇게 마음대로 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공시가 증세’ 고지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날아든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을 강조하며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9억 미만의 경우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에 대해 오는 5일까지 의견을 받으며 29일 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주택 소유자들의 ‘조세 저항’이 거세다. “징벌적 세금”이라는 데 한목소리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시(70.6%)의 경우 시 차원에서 공시가격을 낮춰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1일 이춘희 세종시장은 시정 브리핑에서“시민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 등에 공시가격 하향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세종시의 경우 공시가격 급등으로 재산세율 0.05%포인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6억원 초과 아파트가 지난해 442가구에서 올해 2만342가구로 50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방선거 앞두고 여당서도 "공시가 조정" 

공시가 이슈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덮쳤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중산층과 서민의 세액 부담을 줄이기 위해 9억원 이하 아파트(시세 11억원~13억원) 공시가격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조정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강력히 건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관련한 조정제도를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건의해 4월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국민의 힘 후보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소득이 없는 분은 재산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정부 부처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에 공시가격 6억원을 넘어서는 주택이 많이 나올 경우 세금 부담을 어떻게 감면해 줄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를 3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윤 차관의 이런 발언이 퍼지자, 국토부는 부랴부랴 설명자료를 내고 “관계 부처 간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선 긋기에 나섰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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