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습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의 거리 유세, 허경영 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또 다시 외쳤다.
허 후보는 “서울시 예산 50조원 중에서 15조원만 쓰고 35조원은 여러분에게 나눠주겠다”고도 했고, “서울시가 가진 쓸데없는 건물이나 땅은 팔아서 시민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빨간 점퍼 차림의 지지자들은 “기호 7번 허경영”을 연호했다. 한 지지자는 “허 후보는 미래는 내다보는 신인(神人)”이란 말까지 했다.
허 후보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엔 "제가 30년 전에 ‘국민들에게 월 150만원 국민배당금을 줘야 한다’, ‘애 낳으면 3000만원 돈 줘야 한다’고 말할 때 나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며 "지금은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기본소득 논의가 어느 정당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썼다. 이 말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싫다. 그래서 허경영을 지지한다”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허 후보는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허경영이 당선되면 기성 정치인들이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된다”라며 “누가 서울시장이 돼도, 정권을 잡아도, 180석 거대 정당이 돼도 기성 정치인으로는 나라 꼴이 안 바뀐다”고 주장했다.
- 누가 도둑인가.
- “도둑놈은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주체들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야기한 기성 정치인들을 뜻한다.”
-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거 아닌가.
- “기성 정치인들은 유전무죄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다. 책임이 있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평가는.
- “정책으로 대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얼마나 좋은 서울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를 보고 있는데 두 후보는 도덕성 검증으로 싸우고 있다. 국민들 앞에서 싸우면 창피한 거 아니냐.”
허 후보는 ▶만 18세 이상 시민에 월 150만원 시민배당금 ▶재산세·자동차 보유세 폐지 ▶그린벨트에 소형주택 200만호 건설 ▶연애수당 월 20만원을 공약으로 내놨다.
- 왜 배당금을 주나.
- “시민배당금을 지급하면 시민들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직장에서 잘릴 우려 없이 소신껏 일할 수 있고, 추잡스러운 일 안 해도 된다.”
-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뭐가 다른가.
- “기본소득은 공산주의의 배급제나 다름없다. 마치 국민들을 ‘생활보호대상자’로 취급한다. 시민배당금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자 주주란 의미에서 배당을 드리는 의미여서 차이가 있다.”
- 재원은.
- “서울시 연간 예산 중 70%(35조원)를 절감해서 드릴 거다. 나는 시장급여도 판공비도 안 받을 거다.” (※서울시장 급여·업무추진비를 합한 금액은 연간 8억원 안팎이다. 그외 예산 절감방안은 분명치 않다.)
뉴스1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3월 30~31일)에서 허 후보는 2.0%를 얻었다. 오세훈 후보(46.7%) 박영선 후보(31.3%)를 뺀 나머지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 지지율은 어떻게 보나.
- “나는 지지율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당선에만 관심이 있다.”
- 내년 대선에도 나갈 건가.
- “그렇다. 대통령 당선에 자신이 있다.”
허 후보는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해 0.4%를 얻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008년 대법원에서 1년6개월 실형과 피선거권 박탈(1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허씨의 범행은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침해했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심어주는 등 선거 정치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판시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