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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나는 땀냄새 수술할까 보톡스 맞을까

중앙일보

입력

땀은 인간의 품격을 지키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개는 땀을 못 내는 대신 혀를 내밀어 헐떡거리고, 돼지는 진흙에 뒹굴며 몸에 묻은 수분을 날려보낸다.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품위따윈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같은 항온동물 중에서 땀은 인간과 일부 원숭이에게만 있는 독특한 체온조절 물질이다.

하지만 땀도 많이 나오면 괴롭다. 게다가 냄새까지 동반하면 대인관계까지 힘들어진다.

땀에 대한 오해 몇 가지=사람의 몸에서 나는 땀은 모두 같다? 그렇지 않다. 동물과 다른 점은 사람에겐 두 가지 땀샘이 존재한다는 것. 동물에도 있는 아포크린샘과 함께 에크린샘이 전신에 퍼져 있다. 겨드랑이와 외음부에만 존재하는 아포크린샘은 땀이라기보다는 이성에 대한 구애물질(페로몬)이 나오는 곳이다. 체취는 바로 이 땀에서 비롯된다. 반면 에크린샘에서 나오는 체온조절용 땀은 99% 이상이 물이다. 염분.칼슘.갈륨.요산.암모니아 등 혈액에 있는 미량의 성분이 들어 있다.

땀샘 수는 사람마다 비슷하다? 역시 그렇지 않다. 우리 몸에는 200만~500만개의 에크린샘이 있다. 편차가 심하다는 얘기다. 우선 유전적으로 개인차가 크다. 또 남녀, 체형, 나이와도 관련이 깊다.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땀을 많이 흘린다. 기초대사가 높아 체온이 올라가고, 남성호르몬이 발한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환경도 땀샘 수와 관계가 있다. 땀샘 수는 생후 3년 동안에 결정된다. 더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땀샘 수가 많다.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이 더위를 느끼지 않고 지내는 것은 이 땀샘의 환경적응력을 말해준다.

모든 땀샘에서 땀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아니다. 땀샘은 절반 정도만 활동한다. 그러나 매우 더운 환경, 또는 평소 운동을 해 땀구멍이 많이 열린 사람은 땀샘 활동이 활발하다.

땀이 냄새의 원흉?=더위와 상관 없이 땀이 나는 사람도 많다. 가장 흔한 것이 신경성 땀이다. 흥미로운 것은 땀샘에는 교감신경만 연결돼 있다는 것. 교감신경은 흥분 액셀러레이터다. 초조하거나 긴장을 하면 쉽게 땀이 나는 이유다. 사람들 중에는 자율신경 부조화로 항상 교감신경이 흥분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다한증 환자들이다. 손.발 등에 집중적으로 땀이 많이 날 경우 교감신경을 차단해 주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땀도 있다. 땀의 분비를 조절하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불규칙적으로 진땀이 난다. 안면홍조.불면증 등과 더불어 갱년기증후군의 증상이다.

갱년기 땀은 농도가 진하고 끈적거린다. 쉽게 증발되지 않아 냄새를 풍기기 쉽다. 이 경우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맑은 땀이 난다. 식초를 한 컵 정도 욕조에 넣어 목욕하면 몸냄새를 줄일 수 있다. 또 땀을 닦을 때는 젖은 수건이 좋다. 마른 수건은 땀에 함유된 불순물을 피부에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맑은 땀을 내게 하는 데는 생강이 권장된다. 생강차를 만들어 목욕 후 따뜻하게 마셔보자.

겨드랑이 냄새 퇴치법=액취증은 아포크린샘에서 나온 땀과 겨드랑이에 사는 세균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액취증 제거도 땀을 줄이거나 세균 증식을 막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약용비누나 향료 등 방취제를 사용하고, 자주 샤워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모 역시 세균의 서식지를 없애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겨드랑이에 바르거나 뿌리는 약물도 나온다. 땀구멍을 줄이고, 세균 증식 억제가 목적이다. 주름살을 펴주는 보톡스 주사요법이 쓰이기도 한다. 3~6개월 정도 효과가 있어 반복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 흠이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수술요법을 권한다. 겨드랑이 피부를 절개해 진피층과 피하지방층에 분포된 땀샘을 긁어내는 것이다. 흉터와 수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요즘에는 고바야시 절연침이나 리포셋 흡입술이 등장했다. 절연침은 피부 밑 5㎜까지 침을 찔러 땀샘을 응고시키는 방법. 리포셋 흡입술은 겨드랑이 두 곳을 3㎜ 정도 절개한 뒤 금속관을 삽입해 땀샘부위를 흡입.제거하는 것이다. 지방흡입술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보상성 다한증(특정 부위의 땀을 억제하면 다른 부위에 땀 분비가 늘어남)과 같은 부작용이 없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시술 후엔 2주간 탄력성이 좋은 압박 속옷을 착용해야 한다.

민간요법으로 사과습포와 사과식초를 이용하기도 한다. 사과의 섬유질이 냄새의 원인 제공자인 아포단백을 줄인다. 사과를 갈아 즙을 짠 뒤 찌꺼기를 겨드랑이에 문지른다. 또 식초는 살균 역할을 함으로써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농도가 강하면 적당히 희석해 사용한다.

도움말 : 중앙대의대 피부과 홍창권 교수,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김성완피부과 원장

나는 액취증인가

(1) 귀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외이도의 아포크린샘 활동이 활발하면 끈적끈적한 귀지가 나온다.

(2) 겨드랑이 털이 굵다. 털이 많으면 모근도 많고, 따라서 아포크린샘 수도 많다.

(3) 흰색 옷을 입고 있으면 노랗게 밴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땀은 황색이나 갈색을 띤다.

(4) 가족 중에 액취증 환자가 있다. 유전에 의한 영향이 3% 정도 된다.

(5)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 난다. 아포크린샘의 수가 많고, 활동이 활발할 때 땀도 많아진다.

(6) 육식을 즐긴다. 동물성 지방 또는 유제품은 아포크린샘이나 피지선의 활동을 촉진한다.

자료 : '구취체취혁명' (황금부엉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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