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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KIA ‘윤리헌장’ 선포가 보여주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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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선포식에 참석한 조계현 단장, 윌리엄스 감독, 이화원 대표이사, 나지완(왼쪽부터). [사진 KIA]

선포식에 참석한 조계현 단장, 윌리엄스 감독, 이화원 대표이사, 나지완(왼쪽부터). [사진 KIA]

나라 전체가 ‘학폭’(학교폭력) 문제로 떠들썩하다.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학폭 논란이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팬들에게 예의, 동료와 구단 존중 #선수 도덕적·사회적 책임 규범화 #인기에 걸맞는 품격을 갖출 때

학폭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여러 프로야구 선수가 수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데이트 폭력으로 고소당한 선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애인을 조롱한 선수, 시민을 폭행해 입건된 선수 등이 줄을 이었다. 잊을 만하면 전해지는 음주운전 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성인인 선수의 사생활을 통제할 수 없는 KBO와 구단은 속만 끓였다.

KIA 타이거즈가 이런 시기에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 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둔 26일 이화원 대표이사, 조계현 단장, 맷 윌리엄스 감독, 주장 나지완이 모여 ‘KIA 타이거즈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그간 팀원에게 산발적으로 강조하던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구단이 문서화하고 규범화했다.

윤리헌장은 ‘KIA 타이거즈 선수단, 코칭스태프, 임직원은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최고 명문구단의 일원으로서 한국 프로야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윤리헌장을 모든 행동과 가치 판단의 규범으로 삼겠다’는 선언으로 끝난다.

윤리헌장은 다시 ‘윤리 강령’과 ‘실천 규범’으로 나뉜다. ▶팬에 대한 약속 ▶타이거즈인의 품격 ▶사회에 대한 책임 ▶동료와 구단에 대한 존중 등이 4대 가치다. 윤리강령에는 ‘팬을 위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팬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겠다’, ‘성실하고 근성 있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 ‘비인격적, 비윤리적 행위를 근절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천 규범은 더 구체적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팬을 만날 때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겠다’, ‘팬의 응원과 환호에 손을 들거나 목례로 소통하겠다’, ‘무리한 요구가 있을 경우에도 예의를 갖춰 양해를 구하겠다’, ‘상대 팀에게 욕설 및 비방을 하지 않겠다’, ‘구단 경영방침과 KBO 규약을 숙지하고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야구선수 이전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공익활동에 동참하고,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하겠다’, ‘환경 보호에 힘쓰겠다’, ‘소셜미디어 활동 및 언행에 주의하겠다’, ‘전염성 강한 질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겠다’, ‘인종·종교·국적·출신 지역·출신 학교·연령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불공정하게 대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눈에 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내에 10여 명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앞으로 선수단과 프런트가 윤리헌장 속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벌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을 독려하고 앞으로 더 필요한 강령과 규범을 추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시대도, 잘못을 야구로 갚는 시대도 끝났다. 명성과 인기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2021년 3월, KIA가 진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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