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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공사장비 반입 충돌…"사드기지 장병들 컨테이너 생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지로 공사 장비·자재를 실은 차들이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지로 공사 장비·자재를 실은 차들이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소성리 기지에서 “수년째 한미 장병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시설개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현재 성주기지에 한·미 장병 400명가량이 주둔하고 있는데 미군은 옛 성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한국군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막사가 없으니 기본 생활 환경이 열악해 2019년부터 8월부터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2017년 4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 장비를 성주의 한 골프장 부지에 배치했다. 이후 기지에 공사 장비와 자재 반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사드 기지 운영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돌이 일었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장비 반입이 원활하지 않으니 시설 공사가 빨리 진행되지는 않는다”며 “장병들이 거주하는 곳이 클럽하우스다 보니 화장실 부족 등 기본적인 생활 시설이 열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사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장병들이 먹을 식료품 등 기본 생활 물품만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큰 공사 장비 등은 ‘사드 기지 운영을 위한 공사’ 등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주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물자를 헬기로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공사 장비 등 육로로 수송해야 할 경우에는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도 국방부가 “성주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일부 노후 장비 교체를 위해 필요한 공사 장비를 반입하겠다”며 공사 자재 반입을 예고하자 주민과 사드 반대 시민단체 회원들이 육로 차단에 나섰다.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 50여명이 지난달 25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 50여명이 지난달 25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들 50여 명은 이날 격자 형태의 철제 구조물을 차량 이동 경로에 설치한 뒤 이 구조물에 몸을 넣는 방법으로 입구를 막았다. 경찰이 이들을 40여분 만에 강제 해산시켜 수송 차량을 사드기지로 들여보냈다. 이 과정에서 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와 관련해 성주 사드기지 입구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살고 건 주민들도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강형욱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숙소 개선 공사를 하기 위해 수 차례나 장비를 반입해서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컨테이너에 사는 것도 숙소 개선 공사를 하기 위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환경영향평가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들어가서 살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이다”며 “누가 사드를 배치하라고 했나, 주민들 또한 사드 때문에 수년째 편히 잔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오전 북한은 450km 사거리의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발사지인 함남에서 정확히 450km 떨어진 지점에는 주한미군의 사드가 배치된 성주 기지(붉은색 표시)가 있다. 네이버맵

지난 25일 오전 북한은 450km 사거리의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발사지인 함남에서 정확히 450km 떨어진 지점에는 주한미군의 사드가 배치된 성주 기지(붉은색 표시)가 있다. 네이버맵

한편 북한은 지난 25일 오전 60㎞ 고도로 450㎞ 사거리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지인 함남에서 직선거리로 정확히 450㎞ 지점에는 주한미군의 사드가 배치된 성주 기지가 있다.

성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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