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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 '말아톤' 본 자폐 장애인 가족들

중앙일보

입력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청년(조승우 분)의 얘기를 다룬 영화'말아톤'이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래 지금까지 전국에서 32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전국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는 성적이다.

또 자폐아 가정을 소재로 한 KBS-2TV 주말극 '부모님전상서'는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 12, 13일 각각 30.0%, 30.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방영된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1위다. 이 드라마는 최근 자폐아 아들에게만 매달려 사는 아내(김희애 분)에 대한 불만이 외도로까지 이어져 이혼당한 남편(허준호 분)이 부성애에 눈떠 가는 과정을 묘사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이 영화나 드라마를 결코 홀가분하게 볼 수 없다. 남편과 함께 '말아톤'을 봤다는 이현숙(50.서울 공릉동)씨는 "스무살인 아들을 키워온 과정과 오버랩돼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펑펑 울었다"며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이 자폐 판정을 받은 지 15년 됐다는 한 네티즌(아이디 '손수건')은 자폐아 부모들의 자조모임 '기쁨터' 홈페이지(www.joyplace.org)에 그동안 흘린 눈물 때문에 더 이상 눈물도 안 났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관객들이 코를 훌쩍이기 시작할 때도 "눈물 한 방울 없이 너무나 진지하게 스크린을 쳐다보는 내가 징그럽게 느껴졌다"고 적었다.

반면 남선자(50.서울 월계동)씨는 "지난 25년간 자폐 장애인 아들을 키원온 내 인생이 영화보다 더 극적인데 영화를 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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