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옵티머스 금융권 로비’ 의혹 양호 전 은행장 소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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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걸어 잠근 옵티머스자산운용. 연합뉴스

문 걸어 잠근 옵티머스자산운용.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옵티머스 자문단 중 핵심 인사였던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소환조사했다. 지난해 6월 수사가 시작된지 약 9개월 만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양 전 행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의 금융권 로비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양 전 행장을 상대로 옵티머스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옵티머스 펀드 사기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의 최대 주주이자 고문으로 활동한 양 전 행장은 풍부한 금융권 인맥을 바탕으로 옵티머스가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고문 출신인 양 전 행장은 지난 2017년 9월 옵티머스 주식 1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양 전 행장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권 인맥을 소개하는 등 로비활동을 하고 경영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해 10월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양 전 행장과 김 대표 간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행장은 2017년 11월 김 대표로부터 금융감독원이 우호적으로 일처리를 해준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내가 이 장관을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당시 이를 두고 양 전 행장이 이헌재 전 부총리를 통해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려던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옵티머스에서 별도 마련된 회장 집무실에 출근하고 개인 비서까지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양 전 행장 측은 지난해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펀드 사기 사건도 전혀 몰랐다”며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표한 바 있다.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딜 소싱(Deal Sourcing·투자처 발굴)을 도와주도록 당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유모 투자센터장과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이동열씨를 김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사기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검찰은 일단 양 전 행장을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조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 사건이 불거진 뒤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펀드 사기 사건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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