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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쫓겨나다” “일부 와전”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 또 터진 갈등

중앙일보

입력

4일 오전 서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이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 지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보호자

4일 오전 서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이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 지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보호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 지정에 반발한 강남행복요양병원 측과 서울시의 갈등이 다시 재연되는 양상이다. 이 병원 보호자들이 최근 서울시가 환자를 일주일 안에 소산(퇴원·전원)해줄 것을 병원 측에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일부 와전된 내용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병원·보호자 측과 정부·서울시 사이 주장이 엇갈려 갈등이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시가 병원 측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소산) 계획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주일 내 환자 소산 계획을 요청한 것은 아닌 것으로 서울시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행복 요양병원에 향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운영을 위한 세부 계획을 요청했을 뿐 환자 강제 소산 계획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윤 총괄반장은 이어 “서울시에서 병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어서 (운영)할 것인지 이번 주 금요일(26일)까지 요청한 것 같다”며 “그 부분과 관련해 와전된 내용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사진 홈페이지 캡처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사진 홈페이지 캡처

서울 강남구에 행복요양병원은 강남구 느루요양병원,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과 함께 지난 1월 8일 서울시 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됐다. 다른 두 병원은 지난 17일부터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운영을 시작했으나, 행복요양병원은 입원환자와 보호자의 소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시는 행복요양병원에 15일까지 병상을 비우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입원환자와 보호자가 반발하며 집단 퇴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보호자 대표회는 260여명의 환자 대부분이 고령의 중증 환자여서 강제 퇴원과 전원할 경우 병세 악화가 우려된다며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를 이어갔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서울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2차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으나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병원 측은 지난 16일 서울시와 병원이 만난 2차 협의에서 서울시가 환자 소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요청하며 일주일 뒤 다시 만나자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오른쪽 두번째)과 배석자들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오른쪽 두번째)과 배석자들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문주 강남행복요양병원장은 “(서울시 측에서) ‘강제 퇴원’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지난 16일 2차 협의 당시 환자 소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며 “이후 22일 보낸 공문에서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난 면담에 말씀드렸다. 세부 계획서를 26일까지 보내주길 요청한다’고 썼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은 서울시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까지 했다는게 장 원장의 주장이다.

장 원장은 이어 “병원은 환자를 강제 퇴원할 법적 권한도 없다. 서울시와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병원에 계획서를 내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전담병원 지정 후 서울시에 법률적 문제, 전담병원 운영 관련 의료인력 공급 요청 등 어려움을 알리는 공문 8차례 보냈으나 답변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두수 행복요양병원환자 보호자 대표회장은 “코로나19 환자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령의 중환자가 희생하면 안 된다”며 “정부와 서울시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말을 믿었으나 환자 소산을 강요한다면 1인 시위, 대국민 서명운동, 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윤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전담 병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양병원 내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사망위험도 높다. 감염 환자를 신속히 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집중치료해야 한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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