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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양반다리 사망' 항의에…직원 "계속 냉장고 둘거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동부구치소 측이 독방 수감자 '양반다리 사망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시신이) 냉장고에 계속 있는데 그건 아니지 않냐"며 장례를 종용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법무부는 이날 본지의 보도 이후 "장례비용 지원 규정을 안내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는 등 제기된 다수 의혹을 해명했지만 유족 측은 "허위 해명"이라며 동부구치소 직원들과 전화 녹취를 공개했다.

유족 "밝히는 게 먼저"에…"냉장고에 계속 둘 거냐, 장례 치르자" 

서울동부구치소. 뉴스1

서울동부구치소. 뉴스1

중앙일보가 이날 입수한 녹취 파일 2건은 동부구치소 독방에 수용됐다가 지난 8일 양반다리 상태로 발견돼 사망에 이른 임모(47)씨의 유족과 동부구치소 측 직원 2명이 각각 지난 10일과 11일 통화한 내용이다.

먼저 10일에 통화한 녹취에 따르면 구치소의 한 직원은 "제가 솔직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나 모르겠는데 저렇게 영안실에 (시신을) 모시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족이 "장례가 먼저가 아니고 (실체를) 밝히는 게 먼저"라고 하자 이 직원은 "소송과 장례 절차는 완전히 별개"라며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주면 좋겠다. 저희도 사망한 임씨에 대한 예의도 있어 저렇게 영안실에 두는 게 그렇다"고 답했다.

11일에 통화한 다른 동부구치소 직원은 "장례를 치르는 게 망자에 대한 도리인 것 같다. 지금 냉장고에 계속 있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라며 "저희가 장례 같은 건 다 치러 드리니까 장례 치르시고, 소송은 어차피 부검 나와서 사인이 이상한 게 있으면 검사가 수사지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족에게 "소송과 별개로 장례를 치르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특히 동부구치소 측은 장례비용으로 '400만원'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다가 유족들이 "나중에 하겠다"고 하자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날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장례비용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관련 규정을 유가족에게 안내한 사실이 있으며, 이는 망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며 "화장을 종용하였다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무부 "평소처럼 엎드린 채 발견"…유족 "심한 경련 확인 안 해"

법무부는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1인 거실 내에서 호흡과 의식이 미약한 상태로 평소 취침 자세대로 엎드린 채 발견돼 즉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시행했다"며 "지정병원인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했지만 사망 판정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박세희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CCTV 확인 결과 사망 전날 약을 먹은 후부터 양반다리를 한 채 절하는 자세로 어색하게 있었다"며 "사망 당일 오전 5시 11분부터는 누가 보더라도 심한 경련을 수차례 보였지만 어느 교도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구치소 측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또 "전날 진료를 받기 위해 의무실을 다녀오면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등 건강상 이상이 있던 상태라면 당연히 CCTV 관찰과 응급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또 "임씨가 구치소에서 의식과 호흡이 미약한 상태로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강동성심병원 전문의기록지와 응급센터 진료기록지를 제시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유족 측은 "기록지를 보면 발견 당시 의식, 맥박, 호흡이 없었고, '인원 점검시 의식 잃고 쓰러진 것을 교정 직원이 발견'했다고 적혀 있다"며 "이미 구치소에서 사망한 후 상당 시간 방치돼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유족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동부구치소 독방에 수용된 임모(47)씨가 지난 8일 사망할 당시 응급센터 진료기록. [사진 유족]

동부구치소 독방에 수용된 임모(47)씨가 지난 8일 사망할 당시 응급센터 진료기록. [사진 유족]

사망 전날 불상의 알약 6정을 복용시킨 것에 대해 법무부는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지급된 우울증 등 치료를 위한 정신과 관련 약"이라며 "입소 당일(2020년 12월 3일) 저녁부터 심한 욕설과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과적인 문제를 보여 전문의 진료 결과에 따라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꾸준히 복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입소 전 정신과 약을 먹은 적이 전혀 없었다"며 "약물 오남용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경위 조사…문제점 살펴 엄정 조치"

지난 1월 28일 임기를 시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첫 공식 일정으로 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었던 때였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재소자의 인권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지난 1월 28일 임기를 시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첫 공식 일정으로 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었던 때였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재소자의 인권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법무부는 임씨의 사망 직후 서울지방교정청에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를 지시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직원의 계호 근무의 적정성과 복무 기강 등 문제점도 살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전날 "지병이 있거나 특별한 질환도 없었다"며 "사망에 이르는 과정부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치소 직원들의 대응이 미흡했고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한다"며 구치소장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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