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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원어치 폰 절도범 가둬버렸다, 어느 점원의 눈썰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새벽 4시 30분쯤, 강원도 원주시 한 중고폰 매입판매점에서 10대 청소년 4명이 스마트폰 23대를 절도했다. SBS 8시 뉴스 캡처

지난 16일 새벽 4시 30분쯤, 강원도 원주시 한 중고폰 매입판매점에서 10대 청소년 4명이 스마트폰 23대를 절도했다. SBS 8시 뉴스 캡처

한 시민의 눈썰미와 기지로 스마트폰 절도범들이 범행 당일 붙잡혔다.

지난 16일 오후 4시 20분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소재 휴대폰 판매장에 청소년 2명이 들어왔다. 청소년들은 휴대폰 여러 개를 들고 판매하려 했다. 점주 강모(28)씨는 순간 의심이 들었다. 강씨는 그들이 팔려던 스마트폰을 사지 않고 되돌려 보냈다.

스마트폰 팔러 온 수상한 10대들

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딱 봐도 어린아이들인데 쓰고 있던 휴대폰 기종도 최신형이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핸드폰을 사거나 팔 때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부모님과의 통화도 못 하게 하더라."

그렇게 피의자들은 휴대폰을 팔지 못하고 매장을 나섰고, 강씨는 잠시 뒤 원주 지점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휴대폰 매장은 전국에 70곳의 지점이 있는 중고 휴대폰 판매·매입 업체다.

1800만원 어치 절도 소식 듣고 다시 연락

피의자는 10대 청소년 4명이었다. 이들은 이날 새벽 4시 30분쯤 강원도 원주시 한 중고폰 매입판매점에서 스마트폰 23대를 훔쳤다.  매장 손잡이를 돌로 내리쳐 문을 열고 침입했다. 훔친 스마트폰은 시가 1800만원 상당이다.

강씨는 원주 지점이 절도 당한 휴대폰 목록 보고 곧바로 원주 지점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속은 피의자들 매장 안에 가둬 

“중학생 아이들이 아까 왔고, 너무 어려서 돌려보냈는데 아무래도 훔친 범인인 것 같다”고 한 뒤 피의자들에게 전화를 했다.
“휴대폰을 매입해 줄 테니 다시 와라"
피의자들이 매장에 다시 오자 강씨는 곧바로 매장 밖으로 나가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피의자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매장 출입문을 잠갔다고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바로 출동했고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강씨는 "제가 문을 잠그고 아이들에게 '너희가 훔친 거 맞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어벙하게 있더니, 나중에는 맞다고 인정했다"며 "처음에는 휴대폰 20여 대 훔쳤다고 인정도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입을 닫았다"고 했다.

특수절도죄·촉법소년에 해당

피의자들의 철없는 범죄는 특수절도죄에 해당한다. 야간에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하고 타인의 주거 등에 침입해 2명 이상이 합동해 절도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4명 중 1명은 중학교 3학년생이었다. 이 경우, 만 10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초범일 경우 보호처분 4호, 5호의 보호 관찰 처분을 받을 확률이 높다" 며 "보호관찰소에서 아이들이 밤늦게 돌아다니지는 않는지 등을 관리·감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년범의 경우 우리나라 법이 약한 부분이 많아서 재범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경찰, 강씨에게 표창장

지난 23일, 이연재 서울동대문경찰서장이 휴대폰 매장 점주 A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동대문서 제공

지난 23일, 이연재 서울동대문경찰서장이 휴대폰 매장 점주 A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동대문서 제공

지난 23일, 이연재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은 신고자인 매장 점주와 직원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줬다. 이 서장은 "경찰 중심 치안 활동만으로는 신속한 범죄 해결 어렵다. 시민들의 적극적 신고로 범죄를 해결하는 '주민 참여 사회 안전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0대 청소년 4명을 특수절도죄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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