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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보내고 15분뒤 눈감다, 코로나로 함께떠난 67년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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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사라 밀루스키가 제공한 빌과 에스더 일니스키 부부의 과거 모습 사진. AP=연합뉴스

딸 사라 밀루스키가 제공한 빌과 에스더 일니스키 부부의 과거 모습 사진. AP=연합뉴스

미국에서 70년 가까이 함께 지낸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15분 차이로 세상을 떠난 사연이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더(92)·빌(88) 일니스키 부부는 67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1일 각각 오전 10시15분과 10시30분께 별세했다.

부부의 딸인 사라 밀루스키는 “그들이 함께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에서 성장한 빌은 16세에 자신의 삶을 종교에 바치기로 했다. 미주리주 일대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그는 피아노 반주자를 찾다가 에스더를 만나게 됐고, 그들은 사랑에 빠졌다.

딸 사라는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청혼했을 때 ‘나는 부(富)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많은 모험은 약속할 수 있다’고 했다”며 “어머니는 실제로 많은 모험을 했다”고 말했다.

빌과 에스더는 지난 1950년대 후반 선교 활동을 위해 신도들과 함께 자메이카로 떠났고, 10년간 교회를 운영했다. 이 시기에 딸 사라를 입양했고, 가족은 1969년 레바논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1975년 내전이 발발하자 이들이 살던 베이루트는 전쟁터가 됐고, 가족은 미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대피했다. 사라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그들이 살던 아파트 밖에서 두 차례나 폭탄이 터졌었다고 밝혔다.

빌은 3년 전 은퇴했고, 에스더는 최근까지도 기도 단체를 이끌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부부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했다. 초기에는 병세가 나쁘지 않았지만, 점차 악화돼 부부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인해 딸 사라는 부모님의 임종을 창밖에서 바라봐야만 했다. 사라는 마이크로 “사랑한다”고 부모님에게 말했고, 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에스더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에스더가 눈을 감고 15분 뒤 빌이 그를 따랐다. 사라는 “그들은 늘 함께였다, 정말 잘 맞았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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