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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한달 새 42조 늘어 3200조 돌파 사상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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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1월 시중에 풀린 통화량(M2 기준)이 지난해 12월보다 41조9000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시장금리가 낮은 상황을 활용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많이 늘어난 게 영향을 줬다.

한은, 1월 3233조4000억 집계 #저금리 속 회사채 발행 급증 #경기회복 대비해 투자금 확보 #4조원대 가계대출 증가 영향도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광의통화(M2)를 3233조4000억원(월간 평균)으로 집계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달보다 1.3% 증가했다. 한은은 통화량 지표로 협의통화(M1)와 M2의 두 가지를 사용한다. M1은 당장 현금이나 마찬가지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이 M1에 속한다.

M2는 투자자가 원하면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상품에 맡긴 돈이다. 1~2년가량 정기예금 같은 상품에 묻어둬야 하는 돈도 포함한다. 한은은 M2를 M1보다 중요하게 본다.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이나 주식형·채권형 펀드(수익증권),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이 M2에 해당한다.

월별 광의통화(M2) 잔액

월별 광의통화(M2) 잔액

기업 부문의 M2는 지난 1월 24조원 증가(전월 대비)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1% 늘었다. 월간 증가율로는 2009년 10월(10.5%)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들이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뒤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상품에 맡겨두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금융시장에선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고 금리는 낮아졌다.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회사채 발행은 13조5600억원이었다. 전달보다는 28.1%, 1년 전보다는 21.5%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우량 등급(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2%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올해 들어 연 2~2.1%대로 내려왔다. 지난달 24일에는 연중 최저(연 2.032%)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의 대출이 늘어났다. 자금 조달 여건이 괜찮은 기업도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기업의 M2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부문의 M2가 급증한 데는 당장 급하게 돈을 써야 할 필요보다는 언젠가 요긴하게 쓰기 위해 돈을 모아두려는 수요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하고 앞으로 경기가 회복할 때를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투자금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가 호전되면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 영향을 줬다.

가계 부문(비영리단체 포함)의 M2는 지난 1월 4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18조3800억원), 11월(9조1000억원), 12월(9조원) 등과 비교하면 다소 증가 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동일하게 코로나19 여파로 생활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가계 대출이 늘었다”며 “주택 매매와 전세 등 주택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이어지면서 시중 통화량 증가 폭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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