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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패 막는 감사 80%가 ‘캠코더’…이래서 LH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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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함해 국가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맡는 ‘1군 공기업’ 10개사(기획재정부 분류) 중 8개사의 상임감사가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SOC 맡는 ‘1군 공기업’ 10곳 분석 #LH 상임감사, 문 대통령 대선 특보 #비전문가 출신, 비리 사전차단 못해

상임감사는 기관장(CEO)을 견제하며 사내 부패·비리 감시·회계업무 감독 등의 막중한 역할을 하는 자리로 권한이 큰 만큼 보수도 많아 조직 내 ‘넘버 1.5’로 불리기도 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1군 공기업 중 하나인 인천공항공사 상임감사의 2019년 연봉은 1억9637억원으로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공기업 상임감사 임기는 2년이고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공기업 상임감사의 중요성은 이번 LH직원 땅 투기 사건으로 크게 부각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LH직원을 대상으로 청렴도 조사를 한 자료에 따르면 “사적 이익 등을 위해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6년 2.07%에서 2019년 5.09%로 증가했다. 또한 출장비를 부정으로 타낸 LH 직원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입사 5년 미만으로 드러나 조직 밑바닥부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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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LH의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윤리 경영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LH의 상임감사는 감사 비전문가 출신이다. LH 상임감사 H씨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디어 특보를 맡았던 인물로 2018년 3월부터 LH에서 일하고 있다. 부경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원회 상임대표를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여야 4당 대표들과의 오찬회동에서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도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권 말기로 갈수록 낙하산 인사가 늘고 있다.

1군 공기업 상임감사의 경우 최근 ‘캠코더 인사’가 2명 더 늘었다. 지난해 말 한국전력 상임감사로 취임한 C씨는 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이고 에너지 업무를 한 적은 없다. 전력산업이나 감사분야 전문가가 맡는 자리에 민주당 정치인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셈이다.

지난 1월 한국도로공사의 상임감사로 취임한 K씨는 세월호가 낙하산 인사로 인해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이 무력화된 때문이라고 지적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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