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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노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에…서울대, “집행정지 가처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서울대가 “학내 근로자 차별”이라며 법원에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해당 행정명령이 ‘교내 외국인 학생, 근로자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도 발표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신청도 검토 중이다.

“외노자 집단감염, 국적 아닌 열악한 환경 탓”

15일 부산시는 부산 동래구 온천2 재개발지역에서 외국인 고용 건설현장 이동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외국인 건설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15일 부산시는 부산 동래구 온천2 재개발지역에서 외국인 고용 건설현장 이동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외국인 건설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18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근로자 및 사업주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이 차별적이라는 취지의 의견서 초안을 작성, 최종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대 전체 외국인 학생 및 교원ㆍ연구원의 수는 2557명(2019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은 “학내 연구실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조교나 근로장학생, 교원의 경우 진단검사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교내의 외국인 구성원뿐 아니라 국내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이 빈번한 건 이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근본 원인은 '3밀 환경(밀집·밀폐·밀접)'에 노출돼 취약한 노동·주거 여건이지 국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라면 내국인과 다를 바 없고, 코로나19 발생 이후 입국했더라도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면 내국인과 다를 바 없다”며 “외국인 전수 검사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레엄 넬슨 트위터

그레엄 넬슨 트위터

구민교 처장은 “방역 조치가 꼭 필요하다면 외국인이 아니라 감염 확산 우려가 높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게 맞다”며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서울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우려를 표했다. 이날 그레엄 넬슨 주한영국대사관 정치 참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는 국적을 개의치 않는다”며 “코로나가 쉽게 퍼지는 근로 환경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와 차별은 모두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썼다.

서울시,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 급증…지역감염 선제 차단”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이 지난해 11월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코로나19 발생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이 지난해 11월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코로나19 발생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해명에 나섰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1~3월 서울시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은 6.3%로 지난해 11~12월의 2.2%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최근 수도권 내 동두천, 남양주 등에서 100명 이상 집단감염 발생으로 인해 동일 생활권인 서울시에서도 퍼질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지역사회 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전문가와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것으로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건강과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역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하게 됐으며, 전 외국인이 아닌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된다”고 양해를 구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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