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편의점 CU 주식을 사려고 합니다. 저의 최고 요리사는 바로 CU입니다. CU 음식 중에 토핑 두배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컵라면이 제일 좋아요.”
지난달 편의점 CU 본사(BGF리테일)로 손 글씨로 쓴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한 초등학교 2학년생이 CU 주식을 사고 싶을 만큼 삼각김밥에 반했다는 것. 한때 싸구려 먹거리로 여겨졌던 삼각김밥이 변신하고 있다. 18일 CU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보름간 삼각김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뛰어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전체 삼각김밥 매출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편의점 CU 매출 분석
삼각김밥은 편의점의 역사와 함께 한 대표상품이다. CU에 삼각김밥이 처음 등장한 건 1991년. 80년대에는 백화점에서나 접할 수 있는 고급 식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개당 900~1000원으로 상당히 비싼 가격 탓에 편의점 삼각김밥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었다. 메뉴도 우엉과 명란 등을 넣은 일본식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인기를 끈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참치김치, 전주비빔밥 등 메뉴가 추가된 덕이다. 2000년대 후반 최전성기를 맞게 된다. 돈가스처럼 새로운 맛이 더해진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남녀노소 모두 알뜰하게 즐길 수 있는 삼각김밥을 찾으면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2016년 처음으로 도시락에 간편 식품 매출 1위 자리를 넘기게 된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삼각김밥 매출이 간편 식품 중 차지하는 비중은 23%였다. 2015년보다 10% 포인트 이상 줄었다.
속 더 채우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
CU는 침체에 빠진 삼각김밥 부활을 위해 올 초부터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건준 대표가 직접 삼각김밥 살리기를 주도했다. 1000원대 삼각김밥도 얼마든지 근사한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는 걸 증명하는 게 목표였다. 기존 인기 메뉴에 신메뉴를 대거 추가했다. 덕분에 20가지가 넘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원재료의 품질을 높이고, 들어가는 토핑도 기존 대비 최대 50% 늘렸다.
가장 중요한 쌀은 전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새청무쌀을 사용했다. 새청무쌀로 지은 밥은 맛이 좋으면서 냉장고에 보관해도 맛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포장을 바꿨다. 단짠단짠 전주비빔, 겉바속촉 참치마요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기존 1000~1500원 선을 유지했다. 삼각김밥 제조설비를 자동화해 생산원가를 낮춘 덕이다.
달라진 삼각김밥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했다. 이달 초부터 닷새간 앱(포켓CU)을 통해 예약 구매 시 매일 3만 명에게 총 15만 개의 삼각김밥을 300원에 판매했다. 특히 앱을 통한 삼각김밥 퀴즈 이벤트에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일어날 정도였다. 경품으로 준비한 삼각김밥 쿠폰(1만1111개)은 행사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매진됐다.
대학가에선 매출 250% 이상 늘어
CU의 삼각김밥 살리기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달 1일부터 보름간 대학가 인근 매장의 삼각김밥 매출 신장률은 250%가 훌쩍 넘었다. 초·중·고 인근 매장의 삼각김밥도 124% 더 팔렸다. 광화문과 종로 등 오피스 밀집 지역에선 하루 200개가 넘는 삼각김밥이 팔렸다. 진영호 BGF리테일 본부장은 ”삼각김밥은 출시된 이후 시대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국민에겐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 제품이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공식 SNS 개정을 통해 삼각김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