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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그분 위력 여전히 강하게 존재…날 괴롭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17일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이날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했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장진영 기자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장진영 기자

한편 피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접 심경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숨진 후 252일 만으로, 피해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는 그간 편지 대독과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송란희 상임대표가 대독한 피해자 입장문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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