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위암 투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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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사진) 수반의 위중설이 돌고 아흐마드 쿠라이 총리는 지도부 갈등으로 사의를 표하는 등 중동평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부에 위기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레바논 공격 등으로 중동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런 상황으로 중동에 커다란 혼란사태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 아라파트 중병설=이스라엘의 일간 하아레츠는 최근의 진단 결과 아라파트 수반이 위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랍어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도 아라파트 수반의 장(腸)에서 큰 종양이 발견됐다며 양성이든 악성이든 긴급 제거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팔레스타인 소식통을 인용, "아라파트의 건강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보다 더 나쁘다"고 전했다.

반면 아라파트 수반은 9일 팔레스타인 일간 알쿠드스와의 회견에서 "복통을 앓긴 했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라말라로 급파한 의료진은 "아라파트가 독감과 장 바이러스 감염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주치의인 아슈라프 쿠르디 박사도 "그가 위염을 앓고 있을 뿐 건강상 심각한 문제는 없다"고 아랍의 인터넷 신문인 알바와바 닷컴에 밝혔다.

◇ 불안정한 후계자 전망=아라파트 수반의 중병설과 더불어 지도부의 분열로 아랍권은 팔레스타인 내 정치적 대혼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재 아라파트 수반의 유고시 그를 승계할 '적절한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74세의 아라파트는 아직까지 후계자를 선정하거나 키우지도 않고 사실상 독재권력을 행사해 왔다.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초대 대통령직을 맡겠다는 강한 야망을 가진 아라파트 수반은 지난 수십년 동안 누구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달 전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를 하야시킨 것이나, 9일 쿠라이 총리가 구성한 비상내각에 대한 의회의 인준 표결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모두 아라파트 수반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들이다.

아라파트가 사망할 경우 팔레스타인 헌법에 따라 현재로선 쿠라이 총리가 자치의회 의장 자격으로 위기관리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내부 지지기반이 취약한 쿠라이 총리는 과도 수반 역할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 자치정부를 이끌 지도자감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다른 지도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그 때문에 아라파트 유고시 팔레스타인은 심각한 권력투쟁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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