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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특검 가닥 LH 사태, 여당이 진정성 갖고 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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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제안에 늦게나마 현명한 결정을 해줘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제안에 늦게나마 현명한 결정을 해줘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로부터 비롯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결국 특별검사에 의해 가려질 것 같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어제 오전 국정조사, 국회의원 전수조사 실시와 함께 특검 도입을 요구하자 세 시간도 안 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을 수용하겠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협의를 바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LH 의혹이 제기되고 2주 만에 비로소 여야 간 해법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되는 모양새다.

여야 공감대 속 특검법 협의 들어가 #문 대통령, 과거 탓하며 “송구한 마음”

특검은 10여 명 안팎의 검사가 파견되는, 사실상 검찰 중심의 수사기구다. 여권은 그동안 LH 수사에서 검찰을 배제하려 했었다. 처음엔 총리실 지휘 아래 국토교통부가 합동조사를 하도록 했다가 민심 이반이 이어지니 합동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770여 명 규모라는데 정작 검사는 한 명 투입하고 그마저도 공소 유지를 전담케 했다. 경찰엔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했고, 검찰엔 협력만 하라고 했다. 그랬던 여권이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건의가 있었다고는 하나 특검에 수사를 맡기겠다고 나선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LH 사태 발생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국민에게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만큼 민심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진상 규명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특검이 제대로 일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일 터다. 무엇보다 수사 범위를 적절하게 정해야 하고,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며, 수사 기간도 넉넉히 줘야 한다. 야당은 더 늘리려 할 테고, 여당은 줄이고 싶을 게다. 적어도 이번엔 야당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180여 석에 달하는 범여권이 완력을 쓰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힐 필요도 있겠다. 중립적 인사가 특검을 맡아야 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위해 임명권을 사실상 야당에 주는 것도 방법이다. 드루킹 특검 때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4명의 특검 후보 중 2명을 야권 교섭단체 세 곳이 선정했고, 그중 한 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사과 발언을 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적폐’란 입장을 고수했다.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만든 것도, 투기 사태가 일어난 것도 현 정부하에서다. 집권 세력의 인식이 이렇다면 특검조차 물타기 또는 시간끌기용이란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민이 배신감마저 토로한다. 이번 공직자들의 부패는 문재인 정부의 부패”라고 쏘아붙였겠는가.

여당의 특검 수용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동반 하락 등 가파른 민심 이반 때문일 터다. 특검은 어쩌면 여권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