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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1박 23만원’ 판박이, 예약사이트 갑질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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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예약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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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광인 직장인 김현식(40)씨는 아고다·부킹닷컴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호텔 예약을 하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호텔에서 국내 호텔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요즘도 자주 이용한다. 이곳저곳 비교해서 가장 싼 값에 숙박하려고 하지만 사이트마다 비슷한 조건일 때가 대부분이다. 김씨는 “‘1박에 23만5000원’ 같은 숙박비에서부터 조식 불포함, 수영장 이용 가능 같은 부대조건까지 똑같아 비교가 무색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공정위, 부킹닷컴·아고다 등 제재 #경쟁사나 호텔 자체 홈페이지에 #더 유리한 조건 금지한 조항 시정

어느 플랫폼에서 검색하더라도 똑같은 숙박업소 예약 조건이 달라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부킹닷컴·아고다·익스피디아·호텔스닷컴·인터파크 등 국내외 5개 호텔 예약 플랫폼 사이트(OTA·온라인 여행 대행사)가 국내 호텔과 맺은 불공정 계약 조항을 삭제·수정하도록 시정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호텔이 OTA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사나 호텔 자체 홈페이지에 숙박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한 OTA의 경우 호텔에 아래와 같은 거래 조항을 요구했다.

‘A호텔이 판매하는 20만원 짜리 숙박 상품을 다른 경쟁사에 10만원 미만으로 판매해선 안 된다’.

특정 호텔이 특정 기간 10개 객실을 OTA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면 경쟁사에도 10개 넘는 객실을 제공할 수 없고, 방 상태나 취소·환불 조건 등도 같아야 하는 내용 등도 있었다. 소비자가 어떤 OTA 사이트에서 검색하더라도 비슷비슷한 가격·조건의 숙박 상품만 나온 건 이런 조항 때문이었다. 호텔 업계는 불공정한 걸 알면서도 OTA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조항을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다만 OTA에서 숙박 상품을 검색하고 예약은 호텔 홈페이지에서 하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최소한 호텔 홈페이지보다는 같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OTA에 숙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호텔 회원으로 가입해 e메일 등 비공개 객실 요금으로 예약할 경우엔 OTA보다 싼값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시정조치로 숙박업체가 객실 요금·조건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시장 경쟁이 활성화할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여행 산업을 재개하면 (이번 조치에 따른) 소비자 후생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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