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관리들 "기업체가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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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돈의 위력이 전 중국을 휩쓰는 것일까. 개혁.개방의 거센 와중에도 요지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중국의 간부급 공산당원 및 공무원들의 '골드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

관직을 그만두고 돈벌러 나간다는 뜻의 이른바 '사관하해(辭官下海)'가 광둥(廣東)성을 비롯한 중국 동.남부 지역을 필두로 확산하고 있어 당국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고 중국 인민일보 등 각 매체들이 10일 크게 보도하고 나섰다.

중국 언론이 든 실례는 부지기수다. 특히 동.남부 지역 각 군소도시의 재정국장, 성(省) 재정 관련 당의 요원, 부시장 등이 모두 옷을 벗고 현지의 '잘 나가는 기업'에 고소득을 보장받고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젠후(建湖)현의 경우 부현장을 비롯해 다섯명의 간부들이 취직을 위해 잇따라 사직하는 바람에 이 지역 일대에서는 '젠후 현상(現像)'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형편이다.

떠오르는 샛별로 촉망을 한 몸에 받던 한 저장(浙江)성 재정담당 당 요원은 지난해 3월 돌연 사직한 뒤 현지의 대기업 CEO로 취직해 역시 또다른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는 심각하다. 사직 공무원의 기업 취직으로 가뜩이나 끊기 어려운 관료와 기업 사이의 부패사슬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관본위(官本位) 관념이 타파되는 과정"이라는 찬성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 현실로는 이들에 의해 정부의 기밀이 기업에 새어나가거나, 권력과 기업이 밀착하고, 부패 관료가 기업을 돈세탁 경로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훨씬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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