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무기로 구명운동?···'성추문' 쿠오모 측근의 전화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각종 성추문에 사퇴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그의 최측근이 산하 지자체장들에 ‘충성 확인’ 전화를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측근이 코로나19 백신 배급 책임자여서 백신을 무기로 '쿠오모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뉴욕주 백신 배급 최고책임자인 래리 슈워츠가 최근 2주간 뉴욕 주 다수의 카운티(미 행정구역 단위)장들에게 전화해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봤다고 보도했다. WP는 “쿠오모 최측근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답변에 따라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슈워츠에게 전화를 받은 한 카운티장은 WP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부적절한 전화였다”며 “이는 윤리적인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불안감을 느꼈고, 뉴욕주 법무부 공공청렴국에 윤리 고발을 제기하겠다는 통지를 보냈다”고 했다.

이에 슈워츠는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항상 높은 도덕 기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다”며 압력 의혹을 부인했다.

슈워츠는 2011년~2015년 쿠오모 주지사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대표적인 측근 인사다.

'충성 확인 전화' 논란 일으킨 백신책임자 래리 슈워츠 [AP=연합뉴스]

'충성 확인 전화' 논란 일으킨 백신책임자 래리 슈워츠 [AP=연합뉴스]

아서 캐플런 뉴욕대 의대 의료윤리소장은 “어떻게 이런(쿠오모 주지사의 최측근) 사람의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 그가 방역과 정치를 구분해서 생각한다고 여기겠냐”며 “백신처럼 생명을 구하는 자원의 필수적인 공급을 관리하는 사람이 정치적 충성 요구를 암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쿠오모 주지사가 이혼한 전 배우자 케리 케네디를 학대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쿠오모 주지사를 수년간 취재하고 그의 전기까지 쓴 마이클 슈나이어슨은 12일 “케리가 2002년 9월 쿠오모 주지사에게 이혼을 요구한 이후 학대를 피해 한 차례 이상 화장실에서 문을 잠근 채 잠을 자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케네디는 친구들에게 "남편에게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인권운동가인 내가 현재 그런 학대를 견디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케리 케네디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이다. 이들은 1990년 결혼한 뒤 ‘쿠오모가 아버지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03년 이혼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상황 관련 브리핑에서 사임 관련 질문을 받고 성추행한 적이 없다며 사임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오모 주지사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상황 관련 브리핑에서 사임 관련 질문을 받고 성추행한 적이 없다며 사임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민주당 내에서도 쿠오모를 향한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아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14일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니 무슨 결과가 나오는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고심할 당시 쿠오모 주지사에게 조언을 구했을 만큼 둘 사이는 막역하다는 평가다. 바이든 인수위 당시 쿠오모 주지사는 법무장관 하마평에도 올랐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