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울증 = 마음의 병"은 편견

중앙일보

입력

오색 단풍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산과 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가을,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

만일 남들이 경탄하는 풍경을 보면서도 슬픔을 느낀다면, 웃고 즐겨야 할 순간에도 즐겁지 않고 산해진미를 봐도 식욕이 없다면, 하고픈 일은 하나도 없고 해야 할 일은 도무지 집중해서 해내기 어렵다면, 심지어 '이렇게 사느니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해봤다면 당신은 지금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즉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표 참조>

우울증은 평생 유병률이 남자 5~12%,여자 10~25%일 정도로 흔하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사장 가톨릭의대 정신과 김광수 교수)가 선정한 '우울증 선별주간(11월 1~5일)'을 맞아 우울증의 실체와 대책을 알아본다.

◆뇌기능 변화가 원인=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하규섭 교수는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체질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기분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뇌질환"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우울증은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노아 에피네프린 등의 농도가 떨어질 때 발생한다.

◆종류도 다양=가장 흔한 우울증은 가족이나 연인과의 이별,실직.사업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 등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증적 우울증이다.

증세가 가장 심한 우울증은 스트레스와 무관하게 발생하기도 하는 주요 우울증(정신병적 우울증)이다. 하규섭 교수는 "자신의 울적한 마음상태가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개선되기를 원하는 신경증적 우울증과 달리 이 경우엔 자신의 마음상태가 병적이라는 인식조차 없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기분이 들뜨는 상태와 가라앉는 상태가 공존하는 조울증(躁鬱症)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 65세 이후 노인이 앓는 노인성 우울증, 겨울철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출산 뒤 나타나는 산후 우울증 등이 있다.

◆우울증 극복의 걸림돌은?='누구나 기분이 울적하고 가라앉을 수 있다'는 식의 병에 대한 오해가 우울증을 방치하는 주범이다. 이때문에 국내에서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는 이는 네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하다.

일단 우울증에 빠지면 아무리 주변에서 "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느냐"는 식의 조언을 해도 이미 문제가 생긴 뇌에서 발생한 비관적.절망적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

◆약물치료가 우선=우울증의 종류.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가 다르지만 뇌의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켜 주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가 가장 널리 쓰인다. 통상 사용한 지 2주 뒤부터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해 2~3개월 지나면 정상적인 감정상태로 돌아온다.단 약복용은 이후에도 6개월 이상 해야 한다.

*** 짜증 늘어난 우리 아이 "혹시 우울증?"

어린이도 우울증을 앓을까? 물론이다.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0%에서 우울증이 의심됐다"고 들려준다.

어린이는 우울증에 걸려도 어른들처럼 "슬프다, 우울하다"고 말을 하거나 무기력하게 늘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신 이전에 비해 예민해지면서 참을성이 없어지고 짜증을 내는 등 정서변화와 함께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또 자다가 도중에 잘 깨고 친구나 형제하고 싸우는 일이 잦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어린이에게서 우울증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주변 상황 변화 등 환경요인이 크다"고 강조한다.

등교 거부로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3학년인 P양. 올 초 집과 학교를 옮기면서 외톨이로 지내는 날이 많아지면서 증상이 나타났다. 전학과 이사라는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만든 것.

어린이 우울증 치료의 첫걸음은 본인이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3~6개월은 항우울제 치료도 도움이 된다. P양도 3개월간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어머니의 도움으로 친구와 학원을 같이 다니는 등 또래와 어울리면서 신경질이 줄고 학업성적도 올라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