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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제품별 차이 공방 가열

중앙일보

입력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모 외국계 제약사가 백신의 제품별 효능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보건당국은 근거가 불충분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선 병ㆍ의원들 중 상당수가 모 다국적 제약업체의 수입 완제품 독감 백신을 환자들에게 놓아 주면서 다른 독감 백신보다 약 1만원 많은 2만5천원 가량을 받고 있으나 과연 이 제품의 효능이 다른 제품보다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각종 의학 학술지나 학회 발표 자료를 인용해 " 우리 제품은 접종 후 1~2주만에 항체가 형성돼 예방효과가 약 1년 간다"고 주장하며 이런 내용을 담은 선전물을 일선 병ㆍ의원에 배포하고 있다.

보건소와 대부분의 병ㆍ의원에서 사용되는 기존 백신은 맞은 지 2~4주 이내에 항체가 형성돼 6개월 이상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료기관은 예방접종을 하러 온 환자들에게 업체의 주장과 동일한 내용을 설명해 주며 '어느 쪽을 맞겠느냐'고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 완제품 백신은 국내 제품보다 약 50% 비싼 9천원 내외에 일선 병의원에 공급된다. 올해 국내에 공급되는 인플루엔자 백신 1천700만명분중 수입 완제품은 9.2%인 157만명분이며 나머지 90.8%는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포장하는 제품이다.

문제의 수입 완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백신은 생물학적 제제로 제조방법과 항원 정제 기술이 다르면 제품도 달라질 수 있고 보존제의 양에 따른 안전성에도 차이가 있다"며 "이런 이유로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국의 백신 확보 현황을 점검하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면역효과가 다른 제품보다 과연 오래 가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선전에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백신에 대한 검정과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 역시 "해당 업체가 제시한 실험자료는 같은 조건에서 다른 제품과 문제의 제품을 비교한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있다"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 후 만일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광고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자신들의 근거 자료 중 자사 제품 관련 내용은 실제 실험 결과이지만 기존 제품 관련 내용은 일반적인 교과서 등에서 알려진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는 점은 시인했으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효능과 효과에 분명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별 차이도 없는데 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일부러 비싼 제품을 권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체 의료계를 매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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