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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사교육비 감소…학원 다닌 학생은 돈 더 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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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이 줄고 참여율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발표 #학원 문 닫아 참여율 7.8%P 감소 #고교생은 늘어, 사교육 의존 심화 #학교수업 정상화 안된 영향 분석 #가구 소득 따른 격차도 더 커져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사교육에 계속 참여한 학생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고, 소득별 격차도 늘어 ‘사교육 디바이드’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교육이 줄어든 가운데 고교생의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통계청과 공동으로 실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전년도(32만2000원)보다 3만3000원 줄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2019년 74.3%에서 지난해 66.5%로 떨어졌다.

한 달 평균 사교육에 얼마를 썼을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 달 평균 사교육에 얼마를 썼을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사교육 참여율은 2016년(67.8%)이 가장 낮았는데, 지난해 역대 최저치가 나온 것이다. 다만 이전에는 조사하지 않은 월의 추정치를 포함해 연간 수치를 발표했지만, 올해에는 지난해 특수 상황을 고려해 조사 대상 기간(2020년 3~5월, 7~9월)만을 바탕으로 내놓은 결과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원이 문을 닫거나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가 많아 사교육비 총액은 줄었다. 하지만 사교육에 계속 참여한 학생들이 쓴 돈은 전년도보다 늘었다.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43만3000원에서 지난해 43만4000원으로 1000원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과 주당 참여시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사교육 참여율과 주당 참여시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특히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코로나19 여파에 관계없이 늘었다. 고교생은 전체학생 기준으로 월평균 38만8000원을 지출해 전년도보다 2만2000원 늘었다. 사교육 참여 학생만 놓고 보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64만원으로 전년보다 3만2000원이나 늘었다.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입을 앞둔 고교생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초·중학교는 각각 13.9%포인트, 4.2%포인트 줄었지만, 고교는 0.3%포인트 늘었다. 고교생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도 주당 5.7시간에서 5.9시간으로 늘었다. 초등학생(6.7시간→4.6시간)과 중학생(6.8시간→6.0시간)의 사교육 시간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과목별 사교육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과목별 사교육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과목별로는 예체능 분야 학원의 타격이 컸다. 지난해 일반교과 사교육에 쓴 월평균 비용은 23만원으로 전년(23만7000원)보다 7000원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월 8만3000원 수준이던 것이 지난해 5만8000원으로 떨어지며 30.1%의 감소율을 보였다. 온라인 수강 사례가 늘며 유료인터넷 및 통신강좌 사교육비도 학생 1인당 월평균 10만9000원에서 11만7000원으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다른 도시에 비해 사교육비 감소율이 가장 낮았다. 광역시나 중소도시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각각 10.6%, 12.2% 줄어드는 동안 서울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득에 따른 사교육 격차는 더 벌어졌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열 명 중 여덟 명이 사교육을 받았지만(참여율 80.1%) 200만원 미만으로 버는 집에선 열 명 중 네 명도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참여율 39.9%). 둘 간의 차이는 40.2%포인트로, 전년도(38.3%포인트)보다 커졌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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