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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수록 후유증 더 심하다? 해열제 피해라? 백신접종 Q&A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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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젊을수록 후유증이 심하다네요. ”
“효과 떨어진다고 가급적 해열제는 복용하지 말라던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8일 누적 3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인터넷상에는 이런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맞는 말들일까.

“노인은 덜 앓지만 백신 효과 낮아” #의협 “해열제, 항체 형성 저하 우려” #혼선 일자 “많이 힘들면 먹어도 돼” #소염효과 없는 타이레놀 권장

8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 코로나19 예방 접종실에서 직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 코로나19 예방 접종실에서 직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최근 백신을 맞은 접종자 사이에선 20~40대 젊은 층에서 이상 반응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는 말이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30대 전문의는 “동료 의사 얘기를 들어보니 접종하고 12시간쯤 지난 후부터 심한 몸살기가 있다더라”며 “오히려 나이 많은 사람은 덜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전신 근육통과 발열 등의 세세한 접종 후기를 소셜미디어(SNS)로 전했던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내일모레가 환갑인데 적어도 병원 내에선 내 나잇대에 나처럼 앓은 사람은 유일한 것 같다”며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 심한 증상을 호소하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이 지난달 26일 접종이 시작된 후 이달 6일까지 신고된 이상 반응 3600여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20대(3.0%), 30대(1.7%), 40대(1.0%), 50대(0.7%), 60대(0.4%) 등으로 젊은 연령층 신고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젊고 건강할수록 면역반응이 그만큼 세게 나타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결과를 보면, 젊은 사람이 심하게 앓고 항체도 더 잘 생긴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고령자는 면역 노화로 백신 예방 효과가 낮고 부작용 강도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할 때도 백신을 처음 맞는 젊은 층에서 근육통, 열 등의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코로나 백신은 모두가 처음이지만, 면역반응이 좋게 나타날 사람에게서 이상 반응이 더 생길 수 있다. 면역반응이 그만큼 활성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진홍 교수는 “(이상 반응은) 항원을 맞이하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일을 시작해 사이토카인 등 각종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코로나 19 초기 증상이 뭔지 시뮬레이션 해주는 것”이라며 “젊을수록 사이토카인 분비 등이 더 활성화돼 반응이 세게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도 8일 브리핑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모든 백신이 그렇지만 항원 물질을 몸 안에 넣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 발열이나 근육통 같은 반응들을 보이는 게 통상적”이라며 “항원이 들어갔을 때 면역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강도가 면역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세기 때문에 이상 반응을 좀 더 세게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5일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기존 백신과 완전히 다른 기술로 만든 백신이라 면역을 유도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이상 반응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을 수 있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이상 반응을 최소화하면서 조용한 면역반응이 오게 하는 게 이상적인 백신”이라며 “일반인으로 접종을 확대할 경우 불안감이 훨씬 커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이 경험담을 공유해 우려를 줄이고, 정부가 이상 반응을 정확히 조사해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가 낸 대국민 권고안이 오해를 낳고 있다. 의협은 “발열이 38.5도 미만이고, 시작된 지 24시간 이내인 경우 힘들지 않으면 해열제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며 “항체 형성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열이 나도 가급적 해열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그러나 “해열제를 먹지 말라는 건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체 형성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고열이 아니고 힘들지 않다면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38.5도 이상이거나 아주 힘들면 해열제를 먹되, 항체 형성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권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이날 “타이레놀처럼 소염 효과가 없는 단순 해열 진통제는 접종 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복용해도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우주 교수는 “본인이 느끼기에 일상생활에 불편하다 싶으면 체온과 관계없이 복용하는 게 낫다”며 “타이레놀을 먼저 복용하고 그래도 증상이 심하면 상황에 따라 낙센, 부루펜 등 소염 작용이 있는 해열제를 복용하는 걸 권고한다. 해결이 안 된다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8일 기준 아나필락시스(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 의심 사례가 33건으로 증가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례별로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누적 접종자가 30만명인데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가 33건이니 1만건에 1건 정도 나왔다는 얘기”라며 “단순한 노이즈(잡음)인지 시그널(신호)로 보고 주의해야 할 건지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아나필락시스가 아닌 걸 과도하게 판단했을 수 있지만, 인종이 이상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며 “접종 인원이 대규모로 늘 것에 대비해 발생 사례를 자세히 따져 잘 정리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사직과 간호직, 보건직 등 직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사직과 간호직, 보건직 등 직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질병관리청은 “신고 사례 이외에도 백신 별로 5000명 정도 규모로 이상 반응 여부를 능동적으로 조사해 빈도 등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불안은 갖지 말되 접종 당일 발열·기침·오한 등이 나타나면 접종을 미루고,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했다면 접종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접종 후엔 병원과 보건소 등 접종 장소에서 반드시 15~30분간 머물러 이상 반응을 관찰해달라고 당부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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