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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승인”…美 보고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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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왼쪽)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왼쪽)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했다고 판단하는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이날 공개한 4쪽 분량의 기밀 해제 보고서에는 이같이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카슈끄지를 붙잡거나 살해하는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사우디 측이 왕세자의 허가 없이 이같은 성격의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왕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그를 침묵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폭넓게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우디 측이 카슈끄지에 대한 불특정 작전을 미리 계획했지만, 이들이 얼마나 미리 카슈끄지를 해치기로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카슈끄지는 미국에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 터키인 약혼자와의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사우디 대법원은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에게 각각 징역 7년~20년의 형을 확정했다. 다만 사우디 법원은 당시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판시해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서방 정보당국들은 카슈끄지 암살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가 있었다고 파악했고, 이같은 관점의 미국 국가정보국 보고서도 공개된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가정보국의 보고서 내용 또한 부인했다.

한편 미 당국은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해 비자 제한을 가하는 등 제재 조처했다. 현지 언론은 당국자를 인용해서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된 사우디 전직 고위 정보 관료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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