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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야당은 PK·TK ‘적전 분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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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03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9인 중 찬성 181표, 반대 33표, 기권 15표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9인 중 찬성 181표, 반대 33표, 기권 15표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치적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도 “여권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선거 공항’ ‘매표 공항’을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던 터였다. 여기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날인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말하면서 선거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다.

문 대통령 “가슴이 뛴다” 다음날 #여당, 특별법 거침없이 밀어붙여 #주호영 “관권선거 끝판, 법적 조치” #부산 의원들은 “관대하게 봐주자” #선거 의식 무리한 추진 논란 계속 #비용 얼마들지 몰라 후유증 우려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마이웨이’를 외쳤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야당의 선거 개입 주장에 대해 “재·보궐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야당의 선거 과잉이자 국민을 모독하는 자충수”라고 맞받아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전날 문 대통령의 가덕도 공항 예정지 방문에 대해 “선거용이 아니라 국가 대계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여권의 설명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된 뒤 김영춘·변성완·박인영 예비후보 등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세 후보를 모두 참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는 “희망 고문은 끝났다. 가덕도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는 보고를 자신 있게 드린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게 된 예비후보들께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저희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 문 대통령께 감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예비후보들도 가세했다. 변 예비후보는 “거름 주고 물 주고 해서 과실들이 빨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고, 김 예비후보는 “어제 문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 현장을 방문해 신공항 건설과 국가 균형 발전 의지를 밝혀줬다”며 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에 감사함을 표했다. 가덕도 특별법 추진과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이 선거용이 아니라는 여권의 설명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였다.

이번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30개가 넘는 다른 법률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장관이 실시 계획을 수립하거나 승인했을 때는 다음 각 호의 승인·허가·인가·결정·심의 또는 해제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는 특별법 제11조의 내용 때문이다. 국토부 장관의 실시 계획 수립이나 승인에 따라 건축법 제4조에 따른 건축위원회 심의 등 총 31가지 법안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부산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부산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용 추계 생략과 예비타당성 면제로 인해 비용이 정확히 얼마나 드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미 5년 전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도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공항 입지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양이원영 의원과 윤미향 의원 등 민주당 의원 두 명이 기권표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양이 의원은 “신공항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환경단체를 대변해 국회에 입성한 만큼 환경 오염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간 기권표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 측도 “환경단체 주장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전날 ‘탄핵 사유’ 발언에 이어 ‘문 대통령 고발’ 등 강경 대응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내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 분열 양상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날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겨냥해 “선거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마저 팽개친 사건”이라며 “대통령의 관권선거와 선거 개입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 행사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9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보고 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법에 따른 의견을 낸 것이 있는데도 대통령이 무조건 하라는 식으로 한 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중앙선관위에도 유권해석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도 “도를 넘는 심한 선거 개입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지 탄핵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는 “현재 여권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의석수를 고려할 때 탄핵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게다가 섣부른 탄핵 언급에 따른 정치적 역풍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의원들은 딴 목소리를 냈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대해 “그 정도 애교는 관대하게 봐줘도 되지 않느냐”며 “예쁘게 봐주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의원들도 이날 의총에서 “우리 당도 지도부 차원에서 빨리 가덕도 신공항 지지 선언을 하거나 부산을 방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도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자 곽상도 대구시당 위원장과 이만희 경북도당 위원장 등 TK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이에 수도권의 한 의원이 “공항을 대체 몇 개나 만들자는 거냐. 나는 가덕도와 TK 신공항 모두 반대”라고 주장하며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싸고 격론이 오갔다. 한 의총 참석자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가장 우려하던 ‘적전 분열’ 양상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2월 임시국회가 매표 국회로 전락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기정·김준영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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