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고용 침체…수출 호조에도 올 성장률 3% 전망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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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경기 회복세는 소비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제시했던 전망치와 같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좋아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한 소비와 고용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4차 지원금 반영 땐 다소 오를 듯 #한은, 기준금리 연 0.5%로 동결 #이주열 “소비에 경기 회복세 달려”

한은은 올해 수출이 1년 전보다 7.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5.3%)보다 1.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70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2% 증가했다.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2%에 그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3.1%)보다 1.1%포인트 낮춰잡았다.

연도별 경제성장률

연도별 경제성장률

이 총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겨울 코로나19 확산세가 생각보다 심각해 소비가 더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고용의 24%(지난달 기준)를 차지하는 자영업 경기는 사실상 침체 상태”라고 지적했다.

암울해지는 올해 고용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암울해지는 올해 고용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8만 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3만 명)보다 5만 명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8만2000명 줄었다. 1998년 12월 이후 2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한은은 올해 실업률 전망치로 4%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3.8%)보다 다소 높게 잡았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한·미 기준금리 추이

한은이 다음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낼 때는 3%보다 다소 상향할 여지가 있다. 이번 전망치에는 4차 재난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의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출 내역이 확정되면 추경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호조에도 소비 위축으로 성장률 전망 제자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출 호조에도 소비 위축으로 성장률 전망 제자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보다 0.3%포인트 상향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상여건 악화 등에 따른 식료품 가격 오름세가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동제한 조치 등이 풀리면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되며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물가 수준이 낮았던) 기저효과로 인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어도 지속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현옥·윤상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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