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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 "생명의 선"

중앙일보

입력

갑상선 호르몬의 주 원료에 해당하는 것이 요오드다. 이 호르몬을 만드는 갑상선 세포들은 몸 안에 요오드만 있으면 빨아 당기는 특성이 있다. 호르몬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암 세포는 증식이 빠르기 때문에 많은 요오드가 필요한데 이런 점을 이용해 갑상선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아주 미약한 방사선을 내뿜도록 요오드를 만들어 주사하면 그 요오드가 갑상선에 모여든다. 그 요오드는 감마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이를 감마카메라 같은 기기로 찍어 암의 유무를 판별하는 것이다. 만약 암이 있다면 역시 혈관으로 그런 요오드를 주사, 갑상선에 모여들게 해 방사선이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방사선은 암 세포의 DNA 사슬을 끊는 방법으로 암 세포 증식을 막아 죽인다.

원자폭탄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은 수많은 사람을 죽이지만 진단.치료용으로 개발한 극히 미약한 방사선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다. 암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심장 혈관 이상, 뼈 대사 진단, 간 기능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주요 생산국이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최근 방사성 동위원소 사용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테크네튬 생산을 시작했으며, 원자력의학원은 여러가지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는 소형 가속기를 자체 개발해 국내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지역 5개 종합병원 등에서는 양성자 단층촬영장치(PET)용 원소를 생산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도록 요오드나 불소.탄소.갈륨.인.탈륨 등을 가공한 것을 통틀어 말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감마선이나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감마선은 인체 안에서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만 세포에 해를 거의 입히지 않는다. 그래서 감마선을 많이 내는 원소는 진단용으로 주로 쓴다. 외부에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인체 안의 어느 곳에 모이는지, 또는 흘러가는지를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타선은 2㎜ 정도밖에 퍼지지 않아 몸 안의 암 세포를 죽이는 데 투입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용도가 다르다. 인체 부위마다 좋아하는 영양분이나 물질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센터 홍석일 박사는 "갑상선에는 요오드가 모이고, 암은 일반 세포보다 포도당을 100배나 더 많이 소모하는 등 세포마다 특징이 있다"며 "이런 특징을 이용해 진단하려는 부위에 적합한 동위원소를 주사해 그것이 모이거나 흐르는 상태를 관찰해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인체를 째지 않고도 그 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X선과 함께 사용하면 아주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뇌 암을 예로 들어보자. 인체의 기관 중 뇌와 심장근육은 다른 조직과 달리 대부분의 에너지를 포도당에서 얻는다. 포도당에 동위원소를 붙여 놓으면 포도당을 많이 소비하는 암 세포에는 덩달아 동위원소가 많이 달라붙게 돼 암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뇌와 심장은 암이 없어도 포도당을 엄청나게 소비하기 때문에 그 방법으로는 암을 가려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뇌암세포가 좋아하는 아미노산에 동위원소를 붙여 주사한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동위원소를 구별해 사용한다.

탈륨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진단에 사용한다. 이 원소는 심장 수축과 이완에 쓰이는 칼륨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심장에만 대부분 쌓인다. 이를 보면 혈관이 좁아졌는지 막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최선주 박사는 "인체에 주사하는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내는 시간이 한두시간에서 많아야 며칠 정도여서 진단.치료가 끝난 뒤에는 대부분 소변 등으로 빠져나와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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