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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벽 허무니 천연 신약 나오네요

중앙일보

입력

전통 한의학과 첨단 생명공학, 현대 서양의학이 만나면 무엇이 나올까. 답은 천연물 신약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49)교수, ㈜팬제노믹스 진미림(38)연구소장, 첨성대한의원 조병욱(42)원장, 인제대 의대 이찬희(37)교수. 이들 네명은 한국의 천연물 신약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4인방이다.

한의사와 양의사들이 서로 밥그릇 싸움을 벌일 때도 서로의 장단점을 주고 받으며, 수백년 이어온 한의학의 노하우를 현대 과학으로 풀어내는 일을 해내고 있다. 그 결과 세계가 깜짝 놀랄 천연물 신약 후보 물질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한의사 50~60명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에는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천연물 신약의 비밀이 엄청나게 숨어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선영 교수의 말이다. 그렇게 찾아낸 비방을 들고 약초의 성분 분석에 매달린 지 수년 만에 관절염 치료제, 스트레스성 소화불량 치료제, 알레르기 치료제, 항암치료제 등 굵직한 천연물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 외국에서 로열티 명목이나 투자비로 받아들인 돈만 벌써 1000만달러 가까이 된다.

이들 네 사람을 엮은 사람이 바로 김 교수다. 그를 중심으로 서로 역할을 분담해 '보물' 찾기에 나선 것이다.

조병욱 원장은 관절염 환자에게 자신이 처방한 약재의 비방과 치료 일지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약효를 확인했다. 그 결과 70% 이상에서 관절염 증상이 호전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속단.천궁.계피.당귀.천마 등 조 원장이 처방한 12가지 약재에서 특이 성분을 추출해 동물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관절염 치료 효과가 좋았다.

진미림 소장은 생약 성분의 효능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밝히는 일을 맡았다. 또 한의사와 약사.양의사를 서로 연결했다.

류머티스를 전공하고 있는 이찬희 교수는 임상시험 쪽을 맡았다. "처음에는 한의사와 함께 연구한다는 것이 어색했으나 한의학을 현대의학으로 규명한다는 점에 매력이 생겼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김선영 교수는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접목하면 의학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공학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외국과 경쟁할 수 있는 한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던 것은 한의학의 비방을 현대과학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들은 요즘 조선왕조실록과 의서를 뒤지고 있다. 왕이 병에 걸렸을 때 한 처방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선조들이 물려준 유산이자 우리들만 가진 것에서 국제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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