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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 멀었는데 "종식 위로금"…달갑잖은 文의 위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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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위로한다면 달가워야 맞는데, 순수한 위로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주말새 곳곳에서 지적이 쏟아졌다.

[취재일기]

“국민에게 세금으로 걷은 돈을 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뿌리겠다니. 피 같은 세금을 최대한 아끼고 효과 높은 곳에 써서 국민이 원래 그 돈으로 썼을 때보다 효과가 더 커야 한다는 게 재정지출의 기본이다. 오해라면 대통령과 참모 여러분이 사재를 모아 국민에게 위로금을 달라.”(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 개인의 돈이라면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 있을까. 내가 낸 세금으로 나를 위로한다니 이상하지 않나. 이러니 선거를 앞둔 매표(買票) 행위란 얘기를 듣는 것.”(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지적이 쏟아진 건 ‘위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무엇으로 위로하느냐는 문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비상금’ 성격의 목적 예비비까지 다 끌어 쓴 상황이다. 앞으로 지원금은 거의 전액을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나라 곳간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올해 연말 본 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956조원.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국민에게 잔뜩 빚을 지우고선 선심 쓰듯 위로하겠다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위로를 언급한 시점도 부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이란 전제를 달아 국민 위로금을 언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집단면역 70% 수준)은 아직 멀었다. 정부 계획대로, 차질없이 전 국민의 90%가 백신 접종을 마치더라도 최소한 올해 11월은 되어야 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늦은 백신 접종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내년에야 가능할 일상생활 복귀를 한참 앞두고 늑장 백신 접종에 대한 사과 없이 위로금 지급부터 언급하는 건 희망 고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 국민을 위로할 수 있을지 ‘효과’가 의문이다. 통계청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22조원 이상 풀었지만 4분기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대표적 분배지표인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4.72로 1년 전(4.64)보다 올랐다.

재난지원금 덕분에 그나마 (더 벌어졌을) 분배격차를 좁혔을지 확인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이전소득’만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이전소득이 16.5% 늘어난 동안,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는 36.3% 늘었다.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사람보다 멀쩡한 사람이 재난지원금을 더 받은 셈이다. 경제 효과가 불분명한 전 국민 지급보다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당정이 4차 선별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 중이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불쑥 나서 5차 전 국민 위로금 지급 논의에 불을 붙였다.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이라 위로가 좀처럼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위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정성이 문제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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